noppor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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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신문·잡지·음악·영화·방송산업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했다. 사용자들이 신문지나 라디오, 워크맨이 아닌 컴퓨터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했고, 이는 미디어산업을 둘러싼 경쟁 구도와 이해관계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패러다임의 재편을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웹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등장은 모바일 플랫폼 시대를 열었다. 웹이 일으킨 것보다 더 큰 변화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 신체의 일부가 돼 항상 휴대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현실계에서 바로 가상계로 순간 이동할 수 있게 해 줬고, 이로 인해 현실계에서 즉시 이뤄져야 하는 배달과 운송, 주문, 결제 및 쇼핑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즉, 이 같은 정보기술(IT) 혁신은 생산성을 효율화해 생산과 유통, 거래에 들어가는 한계비용을 대폭 낮춰 산업 구조를 재편시킨다.

[책마을] '기술혁명'사물인터넷·3D 프린터…비용 제로 시대, '공유사회'가 온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사진)의 신작 《한계비용 제로 사회》는 이런 시장의 변화가 사물인터넷(IoT)이란 차세대 IT 플랫폼을 통해 에너지와 물리적 재화 영역,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넘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커뮤니케이션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리프킨이 주장하는 대로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사물에 탑재된 센서와 이들을 연결시켜 주는 사물 간 지능형 네트워크는 현실의 모든 것을 가상과 연결해 유휴 자원을 공유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이런 기술 혁명은 스마트폰 이전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3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져 새로운 사업 기회와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책마을] '기술혁명'사물인터넷·3D 프린터…비용 제로 시대, '공유사회'가 온다
리프킨이 ‘슈퍼 IoT 플랫폼’으로 정의한 커뮤니케이션 인터넷과 에너지 인터넷, 물류 인터넷의 결합은 현실계의 모든 정보를 데이터로 측정해 축적하게 만들고, 이를 분석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 물리적 제품의 생산과 유통에 들어가는 한계비용을 더욱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

이런 산업의 변화는 이미 인터넷에 연결된 전기 자동차에서도 엿볼 수 있다. 동력 기계에서 바퀴 달린 전자기기로 혁신한 전기차는 값비싼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를 이용할 뿐 아니라 제조 공정을 단순화·표준화시킨다. 따라서 컴퓨터 부품처럼 전기차 생산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 제품 생산의 한계비용이 대폭 낮아질 수 있다. 또 전기차에 부착된 센서와 이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는 이동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시간과 연료를 절약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가 말한 3차원(3D) 프린터도 저렴한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폐지 등을 원료로 개인이 원하는 맞춤형 상품을 직접 제조·생산하는 트렌드를 만들어내 대량 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 자가 생산 시대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는 곧 전 세계 모든 사용자들이 소규모 사업자가 되고, 서로 ‘협력적 공유사회’에서 수평적인 거래를 만들어냄으로써 수직적으로 통합된 글로벌 기업의 경제 생태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발시킬 것이다.

즉, IoT와 3D 프린터 등 기술 혁신은 오프라인 경제계 전반에 거대한 대전환의 물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 물결은 저자가 말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가속화하고, 이는 곧 에너지를 절감하고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저자의 의견에 덧붙이자면 IoT 시대에 주변 도처에 있는 센서들이 축적한 방대한 개인의 모든 데이터는 기존 스마트폰이나 PC에서 쌓인 데이터의 양과 질에 비할 바가 아닐 만큼 중요하다. 개개인이 인식도 못하는 사이에 ‘나’의 모든 일상 데이터와 맥박, 심박수 등 생체 정보가 모니터링되고 축적돼 갈 것이다.

또 현실계의 모든 변화도 디지털라이징돼 데이터로 저장된다. 3차 산업혁명이 풍요로운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런 데이터의 악용과 오용을 방지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가 고민해야 할 숙제다. 저자의 말처럼 IoT가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기술이 가져올 문제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이 함께 세워져야 할 것이다.

김지현 <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