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왼쪽)가 17일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례성사를 받고 있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왼쪽)가 17일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례성사를 받고 있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슬픔을 어루만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손길과 위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교황은 17일 오전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직접 세례를 줬다. 이씨의 세례명은 교황과 같은 ‘프란치스코’다. 이씨는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 등과 함께 5㎏ 무게의 십자가를 지고 안산 단원고부터 진도 팽목항을 거쳐 대전월드컵경기장까지 900㎞가량을 ‘도보 순례’했다. 이날 세례는 교황이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집전에 앞서 이씨 등 세월호 생존 학생과 유가족 10명을 만난 자리에서 이씨로부터 세례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세례를 받고 나온 이씨는 “구름에 둘러싸이는 느낌이었다”며 “아이들을 위해 잊지 마시고 기도 부탁드린다고 진심으로 부탁드렸고 교황님이 너무너무 감사하게 제 청을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교황은 16일 ‘순교자 124위 시복 미사’가 열린 광화문 광장에서도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다. 딸 김유민 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 씨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위로를 전했다.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세월호를 절대 잊지 말아달라”는 김씨의 부탁에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가 건네는 노란 봉투에 담긴 편지를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