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 김희정 옮김 / 부키 / 496쪽 / 1만6800원
[책마을] 세상만사 경제학으로 해석? 신고전학파의 자만심

“경제학은 심각한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자기 분야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마당에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의 책으로 잘 알려진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이 같은 표현으로 날을 세운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학은 현재 경제학계 주류를 차지한 신고전주의 학파다.

저자는 “2008년 금융 위기 직전까지도 대다수의 경제학 전문가는 시장은 실패가 없고, 그나마 존재하는 시장의 사소한 결함은 현대 경제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며 “대부분 경제학자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졌다”고 지적한다. 이어 “위기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여파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책마을] 세상만사 경제학으로 해석? 신고전학파의 자만심

신고전학파는 경제학을 ‘희소성을 지닌 수단과 목적 사이의 관계로서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하고 이 같은 접근법을 모든 세상일에 적용한다고 장 교수는 꼬집는다. 그는 “경제학을 포함해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모든 학문 분야는 이론의 예측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자연과학과 달리 경제학은 가치 판단이 들어가는 학문”이라고 선을 긋는다.

이 책은 신고전학파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가려졌던 다양한 경제학 사조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경제학 입문서’다. 특히 4장 ‘백화제방’은 오스트리아 학파, 행동주의 학파, 고전주의 학파, 개발주의 전통, 제도학파, 케인스 학파, 마르크스 학파, 신고전주의 학파, 슘페터 학파 등 9개 학파를 정리하고 있다.

신고전주의의 장점도 외면하지 않는다. 어떤 현상을 개인 단위까지 내려가서 분석하기 때문에 고도의 정확성과 명확한 논리, 융통성을 갖고 있다는 것. ‘우파’ 마르크스주의자나 ‘좌파’ 오스트리아 학파와 달리 신고전학파에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같은 ‘좌파’ 경제학자와 제임스 뷰캐넌, 게리 베커처럼 극단적 ‘우파’ 경제학자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반면 “현 상황을 과도하게 수용한다”는 점은 신고전주의의 한계다. 개인의 선택을 분석할 때 저변에 깔린 사회 구조, 즉 돈과 권력의 분배 구조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근본적 사회 변화 없이 가능한 선택만 고려하게 된다. 교환과 소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생산 영역을 무시한다는 점도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맹점이란 설명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 현실의 요구에 따라 각 학파의 장단점을 취합하는 ‘경제학파 칵테일’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모든 경제 이론은 저마다의 효용이 있으며 모든 이론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 같은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기존 경제 질서를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서, 지난 30여년 동안 세계를 풍미한 경제 체제보다 더 역동적이고, 더 안정적이고, 더 평등하고, 더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들어내기 위한 싸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는 “경제학은 많은 경제학자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친해지기 쉬운 분야”라며 “우리 모두가 능동적인 경제 시민이 돼 경제의 운용에 참여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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