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지음 / 윤정숙 옮김 / 21세기북스 / 388쪽 / 1만3000원
[책마을] 죽은 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이 토머스 왓슨과 나눈 인류 최초 통화에서 한 말은 “여기로 와, 보고 싶어”였다. 안달하는 연인들. 멀리 떨어진 친구들. 손자들과 대화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전화 속의 목소리는 늘 유혹이었다. 목소리를 통해 오가는 멋진 대화만큼 대단한 것은 없다. 생각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전화 대신 이메일을 보낸다. 이메일 대신 문자메시지를 날린다. 말이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말 대신 다른 수단을 찾는다. 그러나 기계가 인간미를 대신할 수는 없다.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는 전화란 미디어를 통해 사랑하는 존재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는 장편소설이다. 어느 날 아침 미국 미시간주의 콜드워터라는 작은 마을에 죽은 언니로부터 잘 있다는 전화가 걸려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천국에서 걸려온 전화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하게 천국으로부터 지인들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들은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기이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콜드워터에 몰려온다. 지상 최대의 기적일까, 아니면 잔인한 장난일까.

‘천국에서 온 전화’란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대화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알렉산더 벨의 꿈이 가장 극적으로 실현된 형태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서 두려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포착된다. 전화란 연결수단에 거는 간절한 바람과 감정을 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소통의 애틋한 감성을 잃어버린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이끈다.

죽음은 삶의 다른 이름이며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무엇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독자들에게 환기시킨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