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노마뫼족의 옆구리 때리기 결투와 몸싸움. 단순한 체력 단련이 아니라 이웃 마을 남자들과 벌이는 힘겨루기다. 손바닥으로 때리는 게 원칙이지만 돌을 감추고 주먹으로 때리는 경우도 있어 결투 후 숨지는 일도 많았다. 생각의힘 제공
야노마뫼족의 옆구리 때리기 결투와 몸싸움. 단순한 체력 단련이 아니라 이웃 마을 남자들과 벌이는 힘겨루기다. 손바닥으로 때리는 게 원칙이지만 돌을 감추고 주먹으로 때리는 경우도 있어 결투 후 숨지는 일도 많았다. 생각의힘 제공
어떤 기록도 남지 않은 먼 옛날,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원시사회는 인간의 착한 본성으로 화목하게 유지됐을 것이라는 견해가 강했다. 이는 영국 시인 존 드라이든의 비극에 쓰인 ‘고결한 야만인’이란 단어로 표현됐고 평화로운 인간상은 인류학에 있어 ‘상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책마을] 원시인들은 다 착했다고? 아마존 야노마뫼족 전쟁의 원인은 '여자'였다
미국 인류학자 나폴리언 섀그넌은 1964년부터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에 걸쳐 살고 있는 아마존 원시 부족인 ‘야노마뫼족’을 연구했다. 2만명이 조금 넘는 야노마뫼족은 250여개의 마을에 흩어져 살았다. 일부 선교사들을 제외하곤 외부 세계와 접촉한 적도 거의 없는, 전형적 석기시대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학위 때문에 1년 정도만 지내려던 섀그넌의 연구 기간은 30년을 넘겼고 그가 순수하게 야노마뫼족과 지낸 시간만 해도 5년이 넘었다. 그의 연구는 인류학의 ‘상식’에 도전했다. 인간의 본성은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았다는 것. 《고결한 야만인》은 그동안의 상식에 대한 역설이다.

섀그넌이 처음 만난 야노마뫼족 마을은 이웃 마을과의 전쟁으로 신경이 매우 날카로운 상태였다. 이들은 이웃 마을 잔치에 초대를 받아도 그것이 순수한 축제인지 자신들을 학살하려는 계략인지 고민해야만 했다. 평화와 고요보다 폭력으로 인한 긴장이 심했다. 이 때문에 여자들은 만성적인 학대에 시달렸다. 이들에게 왜 전쟁과 폭력이 만연했을까.

사회과학의 전통적인 설명에 따르면 전쟁은 부족한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일어나는 집단 간 다툼이다. 그러나 야노마뫼족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여자’였다. 물적 자원이 갖춰지기 전의 부족사회에선 후손을 만들 수 있는 여성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가장 중요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이전까지의 학설을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학계는 반발했다. 전통적 인류학자들은 물론 언론도 “섀그넌은 원시 부족에게 폭력 유전자가 있다고 주장한다”거나 “아마존 부족에 개입해 원시성을 해쳤다”고 모함했다. 섀그넌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연구 일선에서 은퇴했다. 하지만 섀그넌의 연구를 부정할 객관적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는 복권됐다.

책은 야노마뫼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어떻게 될 것인지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의 관찰과 연구, 이로 인한 학계의 갈등을 담담하게 말할 뿐이다. 많은 학자는 섀그넌의 업적에 찬사를 보냈다.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인류학자만이 아니라 심리학자, 인문학자, 모든 과학자들이 그의 탁월한 업적을 오래도록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는 “진화생물학과 사회과학이 충돌한 초기에 있었던 중대한 사건에 대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생물학이나 인류학을 잘 몰라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쉽게 썼다. 흥미진진한 아마존 원시 부족 탐험기로 읽어도 좋은 책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