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직관보다 과학, 고함 대신 침묵의 리더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지음 / 배명자 옮김 / 책담 / 384쪽 / 1만6000원
《위기의 시대 메르켈의 시대》는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외교정치 보도국장이 쓴 메르켈 전기다. 메르켈 총리는 이 책의 독일 출판기념회에 이례적으로 참석했고, 공인 전기로 출간되는 것을 허락했다.
이 책은 메르켈 총리의 인생 역정과 정치 활동을 12장에 나누어 비교적 상세하고 생생하게 기록했다. 1954년 서독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개신교 목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동독의 템플턴으로 이주해 35년간을 사회주의 사회에서 자랐다. 이런 성장 배경은 그에게 자유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그는 침묵을 좋아한다. 그러나 침묵이 소극적 행동을 의미하진 않는다. 메르켈 총리는 고함치지 않지만 냉소적으로 있다가 결정한 것을 집행하는 편이다.
물리학 박사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직관보단 사실에 기반한 과학을 더 중시한다. 연금이든, 부동산 거품이든, 혹은 남중국해와 관련된 문제이든 그것을 다룰 땐 온전히 이해하고자 한다. 2012년 7월8일 랭스에서 열린 독일·프랑스 전후 화해 50주년 기념식에서 프랑스 새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를 만났을 때, 그는 랭스와 관련된 역사를 미리 공부해갔다.
그는 또 자신의 신념에 의지한다. 2008년 미국이 그루지야를 러시아 남쪽 국경의 보루로 이용하려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키려 했을 때 전쟁 위험, 불안정한 민주주의 등의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분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고맙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 “순전히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 결정했을 뿐”이라고 대꾸했다.
저자는 “위기 덕분에 그녀는 위대한 국가 지도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고, 그녀의 결정은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며 권력을 얻게 됐다”고 말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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