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2014년)
‘꽃’ (2014년)
활짝 핀 목련 꽃송이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 목련은 봄의 여왕이다. 형형색색의 봄꽃들 가운데 가장 기품있고 깨끗하다.

높디높은 나뭇가지 끝에서 우아하지만 짧은 생을 보낸다. 그런 운명을 스스로 알고 있는 듯 꽃송이들은 흐린 하늘을 쓸쓸히 바라보고 있다. 목련은 화려하지만 처연한 모습을 함께 갖고 있다.

흐린 날 흑백의 눈으로 바라본 목련은 더욱 그렇다. 우리도 저 목련 꽃송이와 같다. 한 번쯤은 희고 탐스럽게 활짝 피어나 정점에서 세상을 내려다 본다.

하지만 그 시절은 영원할 수 없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시간도 이내 지나가고 만다. 우리 모두는 저 흑백의 목련처럼 화려하면서도 서글픈 모습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