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하인리히 비버 '파사칼리아'
불후의 명곡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샤콘느’는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운석이 아니다. 이 곡보다 거의 반세기나 앞선 1676년 작곡된 하인리히 비버(1644~1704)의 ‘파사칼리아’를 그 원형으로 볼 수 있다. 보헤미아 출신인 비버는 오스트리아로 건너와 주로 잘츠부르크의 궁정악단에서 활동했는데 그 또한 어느날 갑자기 땅에서 솟아나지는 않았다. 당시 바이올린의 본고장이었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악파, 볼로냐 악파의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일명 ‘묵주 소나타’에 포함된 ‘파사칼리아’는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변주곡으로, 바흐의 ‘샤콘느’만큼 거대한 악상으로 부풀어 오르지는 않지만 두 대의 악기가 연주하는 듯 들리는 더블 스토핑, 변칙적인 조율법인 스코르다투라를 종횡무진으로 구사한다. 요즘은 제법 유명해져서 바이올린 독주는 물론 비올라로도 연주되곤 한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