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콜럼버스는 전염병 유포자?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18년 초가을부터 1년여간 세계를 휩쓸었던 ‘에스파냐 독감’으로 최소 200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4년 남짓 지속된 1차 대전으로 인해 죽은 850만명의 두 배가 넘는다. ‘콜럼버스의 교환’은 신대륙과 구대륙 사이에 일어난 질병의 교환을 의미한다. 수준 높은 아메리카 원주 문명에 괴멸적인 피해를 입힌 것은 두창(천연두) 인플루엔자 홍역 등 구대륙에서 넘어간 질병이었다.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가 쓴 《콜럼버스의 교환》은 인류 역사에서 전쟁, 자연재해, 기근 등 어떤 요인보다 인간에게 가장 큰 피해와 고통을 준 질병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의술의 역사를 문명사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낸 교양서다. 저자가 2012년 EBS TV에서 ‘질병과 인간, 의학과 문명’이란 제목으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답게 선사시대 머리에 구멍을 뚫어 수술한 흔적의 진실 등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섞어가며 의학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한국의 현대 의술 도입과 발전 과정도 다룬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선전한 것처럼 조선이 그들이 전해 준 근대 의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대한제국 정부가 근대적인 의과대학과 병원을 설립하고 전염병 퇴치와 위생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 역사적 사실을 꼼꼼하게 서술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