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마크 쿨란스키 지음 /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363쪽 / 1만6000원
마크 쿨란스키 지음 /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363쪽 / 1만6000원

북아메리카 북동부의 조지스뱅크에서 낚싯줄에 낚싯바늘이 여러 개 달린 주낙으로 대구를 낚는 모습을 그린 그림. 비파디 에식스박물관 소장.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책마을] "내가 흔해빠진 생선처럼 보이니? 인간들은 나 때문에 전쟁도 하더라"](https://img.hankyung.com/photo/201403/AA.8438419.1.jpg)
어부 출신 저널리스트가 대구의 역사와 생태, 요리법까지 7년간 취재한 《대구》는 이 물고기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세계사다. 대구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탐험과 무역은 세계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갔던 필그림(청교도 이민자)들의 굶주림을 해결한 건 대구의 발견이었다.
![[책마을] "내가 흔해빠진 생선처럼 보이니? 인간들은 나 때문에 전쟁도 하더라"](https://img.hankyung.com/photo/201403/AA.8438434.1.jpg)
대구 귀족들은 또 지중해 시장에 팔고 남은 하급 상품을 서인도제도의 설탕 플랜테이션에 팔았다. 이 음식은 노예들이 하루 16시간의 중노동을 버티게 했고, 결과적으로 노예제도와 노예무역을 활성화시켰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역사는 사실 대구 없이는 설명하기 힘든 셈이다.
1958~1975년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아이슬란드 해에서의 대구어업권을 둘러싸고 세 차례 전쟁을 벌였다. 아이슬란드의 200마일 영해가 세계의 승인을 받으면서 끝난 이 전쟁은 해양법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쟁으로 기록됐다. 어민들의 생활도 ‘물고기를 가능한 한 많이 잡는 것’에서 ‘허락된 범위 내에서 많이 잡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소 딱딱한 문체가 아쉽지만 물고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계사가 흥미롭다. 굵직한 역사뿐 아니라 당시 세계인의 생활사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대구의 개체 수는 가파르게 감소해왔다. 입을 벌리고 무엇이든 포식하는 대구보다 더 탐욕스러운 인간의 남획 탓이다. 인류 역사의 일부가 인류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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