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왼쪽)이 22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거행된 서임 예식에서 추기경단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염수정 추기경(왼쪽)이 22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거행된 서임 예식에서 추기경단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염수정 추기경이 지난 22일 바티칸에서 열린 서임 예식에서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가톨릭 교회 추기경에 공식 임명됐다.

염 추기경은 이날 오전 11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서임 예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순교자의 피와 추기경을 상징하는 진홍색 주케토(원형의 작은 모자)와 그 위에 쓰는 비레타(4각 모자), 추기경 반지를 받았다.

이날 서임식에서는 염 추기경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니카라과, 코트디부아르 등 15개국 19명이 추기경에 임명됐다. 이 가운데 염 추기경을 비롯한 16명은 80세 미만으로, 추기경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의무인 교황 선출 투표권을 갖게 된다.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은 아시아 2명, 아프리카 2명, 북미 1명, 중남미 5명이 포함됐으며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출신 4명을 포함해 총 6명이 임명됐다. 이들의 서임으로 전 세계 추기경은 218명,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은 122명으로 늘어났다.

추기경 서임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추기경들의 이름을 하나씩 선포하면서 시작됐다. ‘안드레아 염수정 아르키에피스코포(대주교) 디 서울’이란 염 추기경의 이름은 19명 중 열두 번째로 선포됐다. 서임식은 새 추기경 대표의 감사 인사와 교황의 강론, 새 추기경의 신앙고백과 교회에 대한 충성 서약, 순명(順命) 선서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임 추기경 각자에게 주케토와 비레타를 직접 씌워주고 포옹하며 축하인사와 당부의 말을 건넸다. 아래는 사각형, 위는 삼각형인 비레타는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일체를 상징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헌신해 달라는 표지로 추기경 반지도 수여했다. 교황은 라틴어로 “추기경을 나타내는 진홍색은 추기경의 존엄성을 나타내는 표지”라며 “이는 자신을 용맹하게 그리스도교 신앙과 평화, 하느님의 백성, 가톨릭 교회의 자유와 복음 선포를 위해 헌신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서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포옹하면서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며 “한국민도 교황을 사랑하고, 교황의 바람대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각국의 고위 성직자들과 외교 사절, 순례객 등 수천명이 참석했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국의 이산가족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서임식에 앞서 열린 추기경 회의 발언에서 “한국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있다”며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는 상봉자들을 위해 교황께서 기도해 주시고 강복해 주시길 청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23일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서임 축하 미사에 참석한 데 이어 한인 신자들과 로마 한인신학원에서 별도의 미사를 봉헌했다. 24일 오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