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는 옛말…종합 콘텐츠회사로 불러다오"
연예기획사들이 종합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탈바꿈하는 바람은 국내 최대 음악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촉발됐다. SM엔터는 2012년 5월 여행사 BT&I를 인수해 SM C&C로 사명을 바꿨다. SM C&C는 같은해 11월 신동엽 강호동 등 거물급 MC와 함께 장동건 김하늘 등을 거느린 에이엠이엔티와 방송프로그램 및 영상 콘텐츠 제작사 훈미디어를 인수합병했다.

이로써 SM은 기존 음악사업 외에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총리와 나’,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게 됐다. 또한 그룹 샤이니와 함께하는 ‘어느 멋진 날’ 여행 패키지를 선보였고, 음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SM아카데미도 설립해 대형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우뚝 섰다.

"연예기획사는 옛말…종합 콘텐츠회사로 불러다오"
SM은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 누적 기준으로 18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음반 음원으로 347억원, 소속 연기자의 출연료와 광고 및 초상권 등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78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JYP도 지난해 이정진 송하윤 최우식 등 배우들을 영입했다. JYP는 앞서 드라마 ‘드림하이’ 시리즈를 키이스트와 공동 제작하면서 수지 택연 등 소속 가수들을 대거 출연시켰다.

FT아일랜드 등이 소속한 FNC엔터테인먼트도 최근 KBS2 드라마 ‘미래의 선택’을 제작한 데 이어 배우 이다해와 이동건 윤진서를 영입했다. ‘미래의 선택’과 화제의 드라마 ‘상속자들’의 OST(음반)도 제작했다. 한성호 FNC 대표는 “가수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뿐 아니라 드라마 제작사업에도 진출해 종합 엔터테인먼트업체로서 기반을 확고히 갖췄다”고 말했다.

반면 연예 매니지먼트업체 iHQ는 지난해 비 비스트 포미닛을 거느린 음악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또한 음원서비스기업 몽키3, 토털뷰티사업 두쏠뷰티 등의 경영권도 인수해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배용준 김수현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업체 키이스트는 ‘드림하이’ 시리즈에 이어 드라마 ‘울랄라부부’를 제작했다.
"연예기획사는 옛말…종합 콘텐츠회사로 불러다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배우나 가수 매니지먼트를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과 다른 사업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것. 가수가 드라마와 영화 등에 출연하고 배우가 OST를 내면서 콘텐츠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사가 콘텐츠 제작사업을 하면 소속 연예인의 스케줄을 조정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투입하기 쉽다. 연관 사업이어서 리스크가 작고 시너지 효과는 크다. 특히 자사의 한류 스타를 출연시킨 콘텐츠를 일본 등으로 직접 수출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정창환 SM C&C 대표는 “콘텐츠를 제작하면 회사로서는 매출이 커지고 소속 가수와 배우들은 활로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과 상관 없는 여행, 패션 사업 등에 진출하는 배경에는 신사업에 대한 갈망이 있다. 스타 브랜드를 다른 분야와 연계해 새롭게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한 관계자는 “비욘세는 자신의 브랜드를 살린 캐릭터 상품을 250여가지나 판매 중이지만 한국 스타들은 기껏 20여가지 내놓았다”며 “사업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획사들이 콘텐츠 제작 등 신사업에 뛰어들면 매출이 늘기 때문에 증시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라며 “다만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실적을 예의주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의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다. SM C&C가 제작해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의 실적이 별로 좋지 않은 게 일례다. KBS ‘총리와 나’와 MBC ‘미스코리아’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 3사 동시간대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자사 소속 연기자인 윤아와 이연희를 여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했지만 배역에 적당한지는 의문이다.

평면적인 스토리도 문제다. 가령 ‘총리와 나’는 연예부 기자가 애 셋 딸린 총리를 취재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인데, 너무 평이하게 전개된다는 지적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드라마는 배우의 스타성에 못지않게 기획과 대본 등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 공정과 신사업 관리를 더 철저히 준비하고 전개해야 현재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성공적인 결실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