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몹시 마음이 무겁고 두렵다"
추기경 서임 소식을 접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71·사진)는 12일 “몹시 마음이 무겁고 두렵고 떨린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천주교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또 함께 있던 신부들에게 “부족한 사람이니 많은 기도를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일 밤 천주교계에 전해진 낭보였다. 염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 소식이 전해진 이날 저녁, 서울대교구와 주교회의 등 천주교 관련 기관은 “뜻밖의 큰 선물”이라며 반겼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는 “방금 로마에서 전화로 추기경 서임 소식을 전해왔다. 통상 추기경 임명은 미리 알려줘서 (언론 보도 등을) 준비하게 하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며 “새로운 추기경께서 서울대교구장으로서 한국 교회를 빛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기뻐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한국 교회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큰 축복”이라며 “서울대교구는 이번 염 추기경의 임명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더 함께하는 교회가 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천주교계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달 새로운 추기경을 임명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새로운 추기경 탄생에 대한 기대가 컸다. 1943년 경기 안성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염 추기경은 순교자 집안의 후손이다. 세례명은 안드레아. 1850년 4대조 할아버지가 순교했고 각별한 신앙심을 가진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사제의 길을 선택했다. 두 동생(염수완 염수의 신부)도 형을 따라 사제가 됐고, 현재 서울대교구 내 본당 주임사제로 사목하고 있어 3형제 신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염 추기경은 1973~1977년에는 성신고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이후 가톨릭대에서 신학과 조교수로 활동했다. 2002년 주교에 서품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겸 총대리주교로 일하다 2012년 5월 전임 정진석 추기경이 은퇴함에 따라 서울대교구장직을 승계했다. 추기경은 종신직이지만 80세가 되면 교회법상 교황 선거권을 비롯한 모든 직무가 끝나게 된다.

중도 보수 성향의 염 추기경은 지난해 11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며 정의구현사제단 등의 정치 참여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이 염 대주교를 새로운 추기경으로 발표함에 따라 ‘서울대교구장=추기경’이라는 관례가 확립될지도 주목된다. 김수환·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서울대교구에서 세 번째 추기경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2006년 정진석 추기경이 서임됐을 때 서울대교구는 국내에 더 많은 추기경이 탄생하기를 희망하면서 이 같은 관례 또는 전통이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해 초부터 낭보가 전해진 천주교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여름 또는 가을에 방한하는 경사까지 겹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13일 오전 11시 명동 서울대교구청 주교관 앞마당에서 임명 축하식을 갖는다.

추기경(cardinal)

교황 다음으로 높은 가톨릭 고위 성직자. 교구를 관할하는 대주교이거나 교황청 관료들로, 교황 선출권을 갖는다. 교황이 선종하면 15일 이내에 전 추기경들이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새 교황을 선출한다. 교황은 추기경 중에서 선출되는 것이 관례다.

염수정 대주교 약력

△1943.12.5 경기 안성 출생 △1969 가톨릭대 신학과 졸 △1970 가톨릭대 연구과 졸 △1970.12 사제 수품 △1992~1998 서울대교구청 사무처장 △2002.1.25 주교 수품 △2002.1~2012.5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2012.5.10 서울대교구 제14대 교구장 임명 △2012.6.25 서울대교구 교구장 착좌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