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 차우는 간절히 원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자신의 안타까운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향한다. 그리고 앙코르와트 사원의 벽돌담 구멍 속에 사랑의 비밀을 봉인한다. 순전히 ‘화양연화’의 마지막 장면 때문에 앙코르와트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됐다. 하지만 캄보디아에 갈 기회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결국 영화를 본 지 10여년 만에 캄보디아로 떠났다.
앙코르 톰의 남문 앞에 우뚝 선 높은 문(고푸라)
앙코르 톰의 남문 앞에 우뚝 선 높은 문(고푸라)
매력적인 캄보디아 패키지
손님을 기다리는 깜빵블럭의 여자 뱃사공들.
손님을 기다리는 깜빵블럭의 여자 뱃사공들.
이번 여행은 너무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탓에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캄보디아는 11~2월이 성수기라 원하는 날짜의 항공권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패키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3박4일의 짧은 일정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여행상품을 찾기 위해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워낙 일정이 짧아서 그런지 가격이나 코스가 대부분 비슷했다. 그러던 중 맘에 쏙 드는 상품을 발견했다. 아침 비행기로 떠나고, 모든 여행 일정이 시엠레아프에서만 이뤄지는 참좋은여행의 성수기 특별 상품.

이 상품은 아침 8시에 출발해서 낮 12시 무렵 시엠레아프에 도착하기 때문에 곧바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이 상품이라면 타인의 추억을 답습하는 뻔한 일정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대한 톤레삽 호수의 붉은노을

캄보디아의 노을 풍경.
캄보디아의 노을 풍경.
캄보디아로 떠나는 날, 오전 8시 인천공항을 출발한 진에어 전세기는 정오무렵 시엠레아프공항에 도착했다. 이륙하기 10여분 전 창밖으로 동양 최대의 호수라는 톤레삽의 광활한 풍경이 펼쳐졌다. 모든 패키지 여행상품의 일정은 미리 짜여 있어서 여행객이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12년째 살고 있다는 베테랑 가이드는 여행객들을 배려해 다수가 원하는 쪽으로 여행 코스를 조율해줬다. 마치 자유여행처럼 원하는 일정대로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행 첫째날의 콘셉트는 힐링. 우선 발 마사지를 받은 다음 비행기 창문으로 잠깐 내려다본 톤레삽호수로 이동했다. 넓이 3000㎢인 아시아 최대 호수 톤레삽에는 수상가옥 마을이 있는데, 집이 사방으로 뚫려 있어 마을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어느새 일몰 시각이 찾아오고, 광대한 톤레삽 호수 위로 붉은 노을이 펼쳐진다.

가난한 수상가옥 사람들의 행복 미소

앙코르와트의 아름다운 저녁 풍경.
앙코르와트의 아름다운 저녁 풍경.
둘째날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앙코르와트를 비롯해 영화 ‘툼레이더’의 배경이 된 타프놈사원, 탑에 조각된 아름다운 여신상이 동양의 비너스라고 불리는 반데스레이사원 등을 방문했다. 앙코르와트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프랑스의 박물학자 겸 탐험가 앙리무오가 “미켈란젤로처럼 뛰어난 예술가가 세운 이곳은 솔로몬의 신전에 버금가고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이 세운 것보다 뛰어나다”고 말했을 정도로 앙코르와트는 장엄하고 신비롭다.

앙코르와트의 회랑 벽면에는 힌두교 신화를 바탕으로 한 수많은 부조가 새겨져 있는데,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부조를 찬찬히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울창한 밀림 속에서 반쯤 허물어진 유적을 나무뿌리가 칭칭 휘감고 있는 타프놈의 모습, 붉은 사암 위에 아름답고 세밀한 조각이 새겨진 고즈넉한 반데스레이 사원의 풍경도 인상적이다.

셋째날엔 롤로우스 초기 유적군을 비롯해 쁘레아코사원, 바콩사원 등을 관람했다. 가장 인상 깊은 곳은 깜뽕블럭. 배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40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었지만, 모두가 원하던 코스여서 다녀온 후에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마지막 날엔 잠시 시장에 들렀다가 현재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앙코르 시대의 인공 저수지 서바라이를 구경했다. 이어 캄보디아의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은 킬링필드 왓트마이에 가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여행은 패키지 여행이면서도 원하는 코스로 일정을 변경하며 다녀서 그런지 마치 자유여행을 한 것처럼 편안했다. 첫째날부터 바로 여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알찼다. 패키지 여행의 새로운 발견이라고나 할까.

송유진 여행작가 yujin0614@naver.com


여행상품

참좋은여행은 매우 목·일요일 오전 8시에 출발하는 캄보디아 여행 ‘앙코르와트+평양냉면+스마일오브앙코르쇼’ 상품을 판매한다. 3박4일, 4박5일 일정이며, 진에어 전세기를 이용한다. 월·화·수·금·일요일에는 오후 8시35분 또는 9시에 출발한다. 49만9000원부터. (02)2188-4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