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9초영화제' 시상식] 스토리·편집기술 세련된 작품 많아…표현력 간결해져
영화계에서 감독이 되려면 길게는 10년 가까이 연출부 생활을 거쳐야 한다. 방송사 PD나 광고회사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스펙’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200여개 대학에 영상관련 학과가 있는데 과연 이런 어려움을 뚫고 영화감독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29초영화제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이제 젊은 영상인재들은 자신의 영화 철학과 영상 미학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게 됐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기본적인 편집기술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자유지대가 바로 29초영화제다.

제3회 29초영화제 수상작을 가려 뽑으면서 심사위원들은 이제 많은 참가자가 시간적 구애를 덜 받고 있다는 의미 있는 변화를 발견했다. 지난 1, 2회 때만 해도 29초에 모든 것을 담지 못해 쫓기는 듯한 작품이 많았는데, 3회 영화제에서는 오히려 29초가 여유 있게 느껴지는 작품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표현력이 간결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참신한 스토리가 많았고 세련된 편집이 돋보이는 작품이 늘어난 것도 반가웠다. 다만 아직도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작품이 많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조바심 때문에 27초간 좋았던 흐름을 마지막 2초에 놓치는 작품들이 눈에 거슬렸다.

주제가 몇 개 더 있었으면 더 다양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 주제를 놓고 많은 영상인재들이 동시에 영화 만들기를 고민하는 경험도 새로운 사회적 자본의 축적으로서 의미 있었을 거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