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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아침] 주세페 베르디 '맥베스'

악역에 대한 베르디의 태도는 불가사의하다. 예외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베르디 오페라는 선과 악의 전형적인 대결구도가 아니라 대부분 선량하지만 결함이 있는 인간과, 악당이지만 결국엔 자책하거나 비참하게 파멸하는 인간을 다룬다. 초기작 중에서 경이로운 걸작인 ‘맥베스’도 그러하다. 베르디는 맥베스 부인 역의 가수가 타이틀 롤보다 더 중요하다며 ‘굵직한 음색의 어둡고 거의 쉰 듯한 목소리를 가진 소프라노’를 요구했다. 이 악녀의 가장 중요한 노래는 남편의 악행을 부추기는 순간이 아니라 십수 년 전에 저지른 살인의 죄의식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파괴하는 ‘몽유병 장면’에서 나온다. 이 긴 독백을 보면서 관객은 뉘우치는 여인을 용서하게 된다. 악인이라도 구원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베르디 특유의 휴머니즘이 낳은 결과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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