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문학포럼.
15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문학포럼.
“한류 확산의 가장 큰 바탕은 경제력에 있습니다. 한국 산업이 선진국형으로 발전하고 한국 상품이 신뢰감을 얻으면서 그런 기업이 생길 수 있는 한국 문화로까지 관심이 넘친 게 한류입니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국 문학과 한국 경제의 제휴가 필요합니다.”

원로 문학평론가 김병익 씨는 15일 국제교류진흥회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한국학연구소 공동 주최로 15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한국문학포럼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포럼의 주제는 ‘한국문학은 세계화될 수 있을까? 그래야만 할까?’. 김씨를 비롯해 소설가 김인숙 씨, 대니얼 오닐 UC버클리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존 리 UC버클리 사회학과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 한국 문학의 세계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병익 평론가는 “미국이나 유럽 상품에 대한 호의적 평가에는 상품의 질 뿐만 아니라 상품 속에 스며 있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기 때문”이라며 “한국 기업도 적극적으로 한국 문학과 예술을 현지에 소개해 수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의 해외 진출은 해당 국가의 경제력 없이는 쉽지 않고 상품 수출 또한 문학적 후원을 받을 때 더욱 신뢰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소수의 작가와 작품을 집중적으로 번역하고, 《엄마를 부탁해》의 경우에서 보듯 단행본 한 권 정도 분량의 장편소설을 주로 알려 나가야 한다고도 그는 덧붙였다.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논의도 벌어졌다. 오닐 교수는 “하루키는 ‘미국 작가의 영향을 흡수했다’고 스스로 밝힌 것처럼, 모국어 고유의 문체가 아니라 영어에서 일어로 번역한 듯이 쓰기 때문에 번역하기 쉽고, 일본 고유의 역사와 환경을 최대한 절제하는 내용을 담아 세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반면 한국문학은 6·25전쟁 등 고유의 역사문화적 맥락에서 쓰였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실패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영어와 일본어 사이에서만 소통하는 것 같은 하루키의 작품이 글로벌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소설가 김인숙 씨는 이에 대해 “처음부터 번역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내 언어로 내가 잘 쓸 수 있는 최선의 이야기를 쓰는 게 우선이지, 번역에 대한 강박이 오히려 자기 언어에 빈틈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강박을 갖기보다는 모국어로 좋은 작품을 쓰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