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프레더릭 애슈턴 25주기
발레 강국 러시아나 프랑스에 비해 보잘 것 없었던 영국 발레의 토양에서 성장했으면서도 오늘날 ‘로열 발레’의 위상을 확립한 일등공신이 프레더릭 애슈턴(1904~1988)이다.

거의 한평생을 로열 발레를 위해 일한 애슈턴은 러시아처럼 굉장한 체격과 테크닉을 지닌 무용수도 없고, 코벤트가든 극장의 무대가 무용하기에 좁다는 제약조건 속에서도 영국 발레만의 독특한 전통을 창조했다. 그것은 스펙터클한 볼거리 대신 아기자기하고 푸근한 서정을 잘 짜인 구조 속에 담아낸다는 것이었다.

애슈턴이 여성적 감성의 소유자였고, 무려 35년이나 로열 발레의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면서 고집스런 일관성을 추구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오는 18일은 애슈턴의 25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의 대표작 ‘고집쟁이 딸’의 경우 원래 프랑스의 옛 발레를 되살린 것이기에 제목도 프랑스어(La fille mal garde)로 돼 있지만 로열 발레에 축적된 애슈턴의 스타일에 따라 가장 영국적인 발레로 거듭났다. 결혼을 둘러싼 모녀간의 갈등이 추수기의 시골 풍광, 감동적인 가족애, 선남선녀의 건강한 사랑과 더불어 유쾌하게 해소된다. 그의 작품들에 구현된 완벽한 짜임새와 인간미에 다시금 경의를 표한다.

유형종 < 음악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