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가 9일째 계속되고 열대야로 밤낮없는 찜통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시민들의 생활방식이 바뀌어지고 있다.

13일 오전 부산 전포동 J 무더위 쉼터.
오전 11시가 조금 넘자 땀을 훔치는 노인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문을 여닫는 동작이 조금 늦어지자 "문 빨리 닫으라"는 박모(83)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20분도 채 안돼 8평 남짓한 공간에는 노인 23명이 북적였다.

아침 10시쯤 도착해 종일 이곳에서 보낸다는 박 할아버지는 "집에는 선풍기가 없어 너무 덥지만 (이곳은) 시원한데다가 무료급식도 제공 받을 수 있어서 매일 찾는다"면서 "여기온 노인들이 다 나같은 기초생활 수급자"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초 개장한 이 쉼터에서 만나 서로를 알게 됐다는 이들은 이미 '왕언니'부터 커피심부름 하는 70대 '영계 할머니'까지 스스로 쉼터 질서를 만들었고 폭염이 계속되자 쉼터는 노인들의 '알뜰 피서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구 60만명인 부산진구에만 189개의 무더위 쉼터가 운영되는 등 부산시 전체 운영되는 845곳을 무더위 쉼터에는 더위를 식히려는 노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오후 1시 부산 최대 도심지 서면.
평소 같으면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을 찾는 직장인들로 북적였지만 요즘은 한산한 모습이다.

날씨가 너무 무덥자 식당을 찾는 대신 음식 배달을 시키거나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무더위때문에 음식 배달주문이 급증하자 "너무 바빠 배달이 안된다"는 답을 듣기 일쑤란다.

부산 서면의 한 증권회사에 다니는 심모(28) 씨는 "점심을 시켜먹으려고 했는데 배달을 하는데 1시간은 걸린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고 말했다.

폭염때문에 구내식당 이용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모 구청의 경우 전력난 가중에 따라 사무실 냉방이 금지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대한 적게 움직여 땀을 내지 말자는 '구내식당파'와 잠시라도 에어컨 바람을 쐬고 오자는 '식당파'가 팽팽하게 대립한다는 것이다.

연일 낮 최고기온이 33도가 넘는 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도심 공원과 재래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반면 냉방이 잘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을 찾는 '실내 피서족'이 늘어나고 있다.

10대와 20대가 주로 찾는 한 맥도날드 점포에는 냉방 덕분에 폭염을 이기지 못한 노인 손님들이 자주 찾는다.

이 점포 아르바이트생은 "노인 손님들은 '먹을게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오랜 시간 매장을 떠나지 않아 애태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ㄷ.
거대한 분수대가 있는 롯데 백화점 광복점에도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많이 찾지만 매출은 기대만큼 신장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물건을 사기 보다 '실내 피서'를 더 즐기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