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SM·JYP·스타제국과 '음원 사용 횟수 조작' 검찰에 고발
"값싼 음원 가격 탓…정부 가격 정책과 음악사이트 덤핑 판매 문제"


"K팝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음원 사재기'란 편법이 생겨나 가요계가 곪고 있어요.다리에 난 작은 상처를 누군가 도려내지 않으면 결국 다리를 잘라내야 하죠. 앞으로의 K팝이 뻗어나가려면 가요계가 건강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등 대형 음반기획사들과 손잡고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에 '디지털 음원 사용 횟수 조작 행위'에 대해 수사를 요청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양 대표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요계를 깨끗하게 만들어야 K팝이 지속될 수 있다"며 "음원 순위 조작을 해주는 불법 업체들이 성행하면 결국 그 피해는 음원 생산자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위법의 재발을 방지하고 공정하게 콘텐츠 경쟁을 하는 기반을 닦으려는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대형 기획사들뿐만 아니라 업계가 2년 전부터 문제 제기를 해온 '음원 사용 횟수 조작'이란 브로커 등을 통해 음원사이트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특정 곡을 반복 재생해 차트 순위를 높이는 것을 가리킨다.

일부 브로커들은 중국에 서버를 두고 아이디를 대량 구매해 청탁받은 가수의 곡을 다운로드 하는 방법으로 순위를 높인다고 알려져 이를 통칭해 '음원 사재기'라고 부른다.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손쉽게 '인기곡'으로 둔갑시켜 음원 순위 조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순위제 음악 프로그램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그로 인해 기획사들의 고발 대상은 일명 브로커로 불리는 마케팅 대행업체들이다.

양 대표는 이번 고발은 영세한 기획사를 보호하고 K팝 시장 발전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최근 소규모 기획사를 운영하는 후배 제작자들을 만났는데 남들이 음원 사재기를 한다고 하니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음원 순위가 밀리는 현실에 서러워하더군요.

상대적 박탈감에 창작 의지가 좌절되는 거죠. '누가 음원 사재기를 했다더라'는 루머와 불신도 생겨났고요.

"
그는 음악을 만드는 데 쓰일 돈이 불법으로 흘러들어 가면 콘텐츠의 질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반 제작비가 음원 사재기에 쓰이면 콘텐츠 질은 분명히 떨어진다"며 "이번 고발은 '우리가 피해를 봤다'가 아니라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고 건강한 투자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공존하는 시장을 만들자는 취지다.

1년 전만 해도 K팝이 세계로 얼마나 뻗어나갈 것인가를 논했는데 피부로 느끼는 해외 시장은 확연히 정체됐다.

콘텐츠 강국을 뒷받침할 제도 개선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음원 순위 조작이 자행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값싼 음원 가격을 꼽았다.

그는 "국내 음원 가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싸다"며 "음원을 대량 매입하거나 스트리밍을 돌리는 일이 일어나는 건 음원 가격이 너무 싸기 때문이다.

1억-3억 원을 브로커에게 주면 음원차트 10위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이른 시간에 가수를 성장시키려는 일부 기획사들이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그는 영화제작사가 영화로 돈을 버는 것과 달리 음반기획사들은 음원으로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지적했다.

"음반기획사들의 매출 중 음원 수입이 가장 작아요.

대형 기획사들은 그나마 가수의 공연과 광고 등을 통해 수입을 얻죠. 특히 지금은 모두들 해외 매출이 절반을 넘어섰고요.

반면 해외 기반이 없는 영세한 기획사들은 여전히 음원 수입에 의존하는데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니 설 곳을 잃어버리는 거죠."
양 대표는 음원 가격이 싼 원인으로 음원 가격을 책정해 주는 정부와 정액제 패키지 상품으로 음원을 덤핑 판매하는 음악사이트를 꼽으며 쓴소리를 했다.

"음원이 공공재도 아닌데 생산자가 아닌 정부가 가격을 책정해주고, 음악사이트들의 패키지 상품에 포함돼 덤핑 판매되는 게 불합리하죠. 농부가 농산물을 생산해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하지 못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소를 키울수록 손해가 난다는 뉴스 보도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
그는 정부가 음원 가격을 해외 기준(아이튠즈 곡당 0.99달러)으로 올리지 못하는 데 대해 과거처럼 불법 음원 시장이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들었다며 이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공짜 음악은 지금도 유튜브에 가면 보고 들을 수 있어요.

음원 가격이 오르면 불법 음원이 판칠 거란 생각은 시대착오적이죠. 유료 시장이 다져졌기 때문에 오히려 불법 음원을 찾으려는 게 더 귀찮아요.

불법은 CD를 구매하는 번거로움보다 클릭 한번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미디어의 변화에 따른 편리함 탓이지 음원 가격 때문이 아닙니다.

"
그는 또 음악사이트들의 음원 추천 제도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그는 "음원 추천 제도도 차트 왜곡에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음악사이트를 운영하는 음반 유통사가 음반 제작에도 참여해 자사 음원을 스스로 추천하는 상황이니 이 또한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