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에도 찜통…이달 중순까지 무더위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立秋)인 7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폭염 특보가 발령됐다.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 탓에 찾아온 때늦은 폭염으로 전국이 찜통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무더위로 건강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8일 서울 기온 35도까지 오른다


기상청은 7일 강원 영서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를 발령했다. 서울엔 지난달 1일 이후 37일 만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전북 전주는 이날 37.6도로 전국에서 가장 더웠다. 이어 경남 밀양(37.2도), 울산(36.8도), 경남 함양(36.6도) 등의 순이었다. 이날 폭염경보가 발령된 경남·북 지역 대부분은 35도를 웃돌았다. 서울도 낮 최고 31.9도를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선 엿새 연속 열대야가 이어졌다. 열대야는 밤(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의미한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도 열대야 현상이 계속됐다.

폭염은 최소한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8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올 들어 가장 높은 35도로 예상된다. 입추를 지나 10일께가 되면 낮 최고기온이 30도 밑까지 내려가는 등 무더위가 끝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예년에 비해 확장하지 못하면서 장마를 북쪽으로 밀어올리지 못해 장마기간이 길어진 것”이라며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에 비해 늦게 확장해 때늦은 무더위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남쪽에서 무덥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계속 유입되면서 무더위와 함께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전국 모든 지역의 불쾌지수는 한때 80을 넘어 ‘매우 높음’ 단계까지 높아졌다. 불쾌지수 80 이상은 모든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를 의미한다.

◆폭염으로 건강에도 적신호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열사병 예방지수가 위험 수위에 도달해 건강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상전문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요 도시의 열사병 예방지수(WBGT)가 ‘위험’ 단계인 28도를 넘었다. 미국과 일본에서 1990년대부터 널리 쓰이고 있는 열사병 예방지수는 더위로 인해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를 보여주는 수치다. 위험 단계는 ‘열사병 위험이 높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수준’이다.

이날 남부지방 대부분에서는 열사병 예방지수가 ‘매우 위험’ 단계인 32도까지 올랐다. 8일엔 기온이 더 오를 전망이어서 열사병 예방지수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수준인 ‘매우 위험’ 단계까지 이를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월2일부터 7월31일까지 두 달에 걸친 온열질환 감시 결과 총 453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달 초순부터 본격화된 무더위로 환자 및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