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문단 계파 등을 뛰어넘어 작품성과 독자의 선호도 등을 고려해 뽑았습니다.”

한국 자유시 및 시조 시인 100명의 시집을 집대성한 ‘한국 대표 명시선 100’(전 100권·각 권 6000원)을 최근 완간한 이근배 시인(시인생각 주간)은 7일 이렇게 말했다. 1년여간 출판작업을 주도한 그는 이날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친일, 광복 후 납북·월북으로 인한 논란 등을 제외하고 모국어를 빛낸 기여도와 시문학사에 끼친 영향을 고려해 시인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선집에는 김소월 한용운 이병기 서정주 신동엽 김남조 안도현 문정희 김용택 정호승 이해인 함민복 등 한국 시사(詩史) 100년에 걸친 작가들이 두루 포함됐다. 시조시인 19명, 자유시인 81명이 선정됐고, 등단 연대로는 1920~1950년대 시인 56명, 1960~1980년대 시인 44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시인부터 최근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까지 100년간의 시문학을 통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시집마다 50편 안팎의 시를 수록했다.

이 시인은 “자유시와 시조를 시문학사를 이루는 하나의 맥락으로 파악하고 시인을 선정했다”며 “이번 기획은 시와 시조의 통합을 이룬 최초 기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에 따르면 1991년 미래사에서 출간한《한국 대표시인 100인 선집》에선 시조가 빠졌고, 2006년 태학사에서 펴낸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에는 순수 시조만 담겼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최동호 고려대 교수는 1950년대 주요 서정시인이 포함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950년대는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의 시대였고, 한국 문단사에서도 1950년대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며 “박재삼 이형기 성찬경 같은 1950년대 시인들의 작품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