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목동의 노래'가 금지곡이 된 사연
그 용맹스러운 스위스 전사들에게는 하나의 금기사항이 있었다. 절대로 ‘목동의 노래(Ranz des Vaches)’를 불러서는 안 됐다. 이 노래는 스위스 농가에서 치즈를 만들 때 목동이 높은 산으로 소를 몰고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민요로 그 애조 띤 멜로디가 듣는 이로 하여금 아련한 향수에 젖게 만든다. 이 노래를 부르는 용병치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전장의 군인에게 가장 큰 독은 감상에 빠지는 것이다. 향수에 젖은 군인들은 전의를 상실하기 십상이고 때로는 향수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단다.
스위스의 전통악기인 알펜호른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도 바로 이 ‘목동의 노래’다. 지난달 28일 막이 오른 스위스 넨다즈의 국제 알펜호른 축제에서도 단연 중심이 된 곡이다. 병사를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절절한 향수는 인간의 원초적 갈망이다. 대지의 탯줄, 어머니의 탯줄이 자리한 그곳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