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테러 생중계의 긴장감 '더 테러 라이브'
잘 나가던 마감뉴스 간판 앵커 윤영화(하정우 분)는 얼마 전 라디오로 밀려나 시사 프로를 진행하고 있다.

세금 문제에 관한 청취자 의견을 듣기 위해 연결된 전화에서 자신을 건설현장 노동자 '박노규'라고 밝힌 한 남자는 집에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왔다며 불평한다.

쓸데 없는 전화라 여기고 끊으려 하는데, 이 남자는 끈질기게 전화를 끊지 않는다.

이어 갑자기 자신이 폭탄을 갖고 있으며 마포대교를 폭파할 거라고 협박한다.

어이 없는 협박에 윤영화는 욕설로 대꾸하지만, 곧이어 굉음과 함께 창밖의 마포대교 한 켠이 무너져 내린다.

난데없는 테러에 세상이 놀라지만, 윤영화는 이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테러범과의 전화 통화를 생중계하는 단독 보도로 다시 간판 앵커 자리에 복귀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다.
[새영화] 테러 생중계의 긴장감 '더 테러 라이브'
보도국장(이경영)과의 의기투합으로 라디오 스튜디오에 금세 보도 본부가 차려지고 생중계가 시작된다.

테러범은 자신이 과거에 노동 현장에서 겪은 억울한 사연을 밝히며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오지 않고 경찰 대테러센터 책임자(전혜진)만 들이닥쳐 테러범을 잡을 수 있도록 시간을 끌라고 지시한다.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자 테러범은 마포대교에서 또 폭탄을 터뜨리고 양쪽으로 끊긴 다리 위에 인질들이 고립된다.

윤영화는 테러범의 함정에 잘못 걸려들었음을 깨닫지만, 스튜디오에 갇힌 신세가 돼 테러범의 요구와 보도국장의 지시, 경찰의 지시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진다.

'더 테러 라이브'는 직구로 승부해 스트라이크 존에 아슬아슬하게 꽂히는 영화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테러범의 전화가 걸려오고 곧이어 마포대교가 폭파되는 상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잔가지 없이 깔끔하고 굵직하게 한 줄기로만 밀고나가면서 관객을 집중시킨다.

범인과의 전화 통화가 실시간으로 이어진다는 설정은 기존의 영화들에서도 있었지만, 끊임 없이 대화가 이어지면서 테러가 잇따라 일어나고 협상 과정에 새로운 변수들이 나타나는 상황은 관객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생방송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끊임 없이 새로운 국면을 연출하며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점이 상업영화로서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하정우의 연기는 이번에도 역시 발군이다.

하정우에서 시작해서 하정우로 끝나는 이 영화는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심리 변화, 그 괴로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표정 변화가 큰 볼거리다.

영화 안에 흐르는 사회 비판적인 시선도 공감을 끌어낸다.

테러로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려는 의지보다 정치적인 계산만 앞세우는 대통령과 정부 당국, 시민들의 머리 위에 서서 군림하려는 경찰, 상업성에 매몰돼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한 방송사, 그 안에서 개인적인 이해타산을 좇는 인간 군상들. 꾸며진 이야기이지만, 현실과 맞닿는 면이 커 씁쓸함을 자아낸다.

결말에서도 무난한 수순 대신 상업영화로는 쉽지 않은 선택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점도 눈에 띈다.

신인 감독 김병우의 만만치 않은 패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다만, 영화는 테러범을 둘러싼 도식적인 구도와 테러라는 방식의 비윤리성으로 인해 다소 찝찝함을 남긴다.

사회적 약자의 시선을 담으려는 시도는 이해되지만, 범행 동기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구도는 그 주장의 정당성을 떠나 '불만 세력의 떼쓰기' 정도로 치부될 우려가 있다.

누군가의 분풀이를 위해 무고한 누군가의 생명이 희생되는 상황을 보는 것은 불편하다.

조금 더 세련되고 정교한 구성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8월 1일 개봉. 상영시간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