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에필로그' 에세이 출간

"원인도 모르고 치료도 못하는 병…인세는 루게릭병 환자 위해 쓸 것"
심재명 명필름 대표 "루게릭병 4년 투병하다 떠난 엄마에게 思母曲 부르면 미안함·슬픔 옅어질까요"

“엄마는 제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고,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이었죠. 4년간 투병하다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여동생이 이 책을 먼저 읽어본 뒤 엄마가 좋아하실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한국 영화계 최고 여성제작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심재명 명필름 대표(50·사진)가 자전적 에세이《엄마 에필로그》(마음산책)를 펴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루게릭병(움직임과 관련된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호흡부전으로 이어지는 병)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뜬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을 글로 옮긴 것이다. 어머니의 투병기와 가족들에 관한 개인사를 고스란히 풀어냈다.

“루게릭병은 10만명에 2명 정도 걸리는 희귀병이랍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제도 없으니까 암보다도 심각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불치병을 앓는 환자의 고통은 말할 수 없겠지요.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힘들고요. 그런 아픔을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치유하고 싶었습니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4남매를 큰 탈 없이 길러낸 어머니에게 그가 갖는 미안함과 슬픔은 각별하다. 그는 자신의 삶 속에 어머니의 흔적이 얼마나 깊이 아로새겨져 있는지 새삼 느끼며 어머니의 일생과 자신의 지난날을 함께 반추했다.

“엄마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남아 있었는데, 엄마가 내게 어떤 사람인지를 쓰는 것으로 그나마 대신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나의 슬픔도 좀 옅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엄마와 영화에 관한 추억들을 적은 ‘엄마에게 바치는 영화’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명필름의 첫 영화였던 ‘코르셋’이 개봉하던 날, 아무런 연락도 없이 극장으로 와서 딸과 사위를 걱정하고, 히트작인 ‘접속’을 보러 와서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다고 칭찬해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심 대표가 제작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제와 이야기에는 모성의 강인함과 위대함이 녹아 있다. 특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엔딩 크레디트에는 개봉 전 돌아가신 어머니 이름을 넣기도 했다.

동덕여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영화광고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영화 마케터, 제작자까지 20여년간 영화인으로 살아온 그는 읽기 쉽게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문장으로 풀어냈다.

“인세는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 데 사용하고 싶어요. 그것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오래도록 가져가는 길일 거예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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