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막간 휴식 시간 빼고도 약 16시간이 소요돼 나흘 저녁에 걸쳐 공연해야 하는 대작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콜론 가극장은 이를 일곱 시간짜리로 축약해 낮부터 밤까지 단 하루에 해결한 프로덕션을 만들었다. 20세기 초 세계적인 가극장이었다가 쇠락해버린 콜론 극장이 오랜만에 주목을 받았음도 물론이다.

물론 ‘가짜 반지’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지만 지나치게 긴 연주회 시간 때문에 감상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잠재 관객에게는 낭보였으리라.

전통을 중시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의 미덕이다. 하지만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오늘날 트렌드와 어긋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원본에 손을 댄 시도에 대해 작품성을 훼손했다고 폄하하기보다 추가 판본의 등장으로 인정하고 반긴다면 전통과 트렌드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유형종 음악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