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이 22일 서울국제3D페어 국제콘퍼런스에서 '미스터 고 3D'를 보여주며 제작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김용화 감독이 22일 서울국제3D페어 국제콘퍼런스에서 '미스터 고 3D'를 보여주며 제작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털북숭이 고릴라가 소녀와 함께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야구장으로 들어선다. 고릴라는 야구방망이를 든 채 타석에 들어서고, 마운드에서 볼을 던진다. 숨을 헐떡거리며 경기장에 쓰러지기도 한다. 고릴라는 우리 속에서 소녀와 함께 훈련을 하고 집안에서 왔다갔다 거닐기도 한다. 미세한 털들이 바람에 날리는 고릴라는 컴퓨터그래픽(CG)과 3차원(3D) 기술로 탄생했지만 진짜처럼 정교하다.

김용화 영화감독은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화제의 한·중 합작영화 ‘미스터 고 3D’의 일부 장면을 처음 공개했다. 사실상 국내 최초의 3D 대작을 표방한 이 영화는 오는 7월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CG와 3D 작업이 한창이다. 김 감독은 이날 ‘2013 서울국제3D페어’의 부대행사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3D 영화 제작 경험을 들려줬다.

“단순히 입체 효과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의 정서를 보다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3D로 작업했습니다. 감독으로서 바람은 제가 만든 세계를 관객이 똑같이 느끼는 것입니다. 3D 영상은 2차원(2D)보다 이런 목적에 훨씬 잘 부합합니다.”

김 감독은 3D 영상을 바라보는 한국 관객의 시선은 중국이나 미국 관객과 다르다고 지적하고, 국내에 3D 산업을 일으키려면 잘 만든 3D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관객들은 3D 영화를 쇼적인 체험으로 보기 때문에 관대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관객들은 정서적 체험으로 받아들이기에 까다롭습니다. 국내에서 3D 영화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가 사라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한국 관객들의 태도를 접하면 한국 3D영화의 주창자인 저도 솔직히 버겁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킹콩’과 ‘혹성탈출’을 넘어서는 고릴라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한다. 200여명의 스태프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대부분의 샷을 CG로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화가 무지하게 재미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시아를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재미를 먼저 생각했어요.”

김 감독은 영화의 전 과정을 프리비주얼화함으로써 총제작비를 300억원 이내로 낮췄다고 밝혔다.

“영화의 전 과정을 촬영 전에 비주얼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연기의 리허설과도 같습니다. 현장에서 경제적이고 미학적인 샷을 찍을 때 프리비주얼 작업은 큰 도움이 됐습니다. 꼭 필요한 장면만 찍도록 이끌었으니까요.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할리우드 제작비의 10분의 1만 투입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2억달러(약 2200억원)가 드는 것을 220억원 수준으로 낮췄다는 얘기지요. 이번 경험을 통해 뉴질랜드 웨타스튜디오와 대등한 품질을 4분의 1 가격으로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