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세대 감성 이해하는 '어른'에 대한 갈망 반영"
19집 3만장 추가 주문에 공장 밤샘 가동..대학축제 섭외도

환갑이 넘은 '원조 오빠' 조용필(63)의 신드롬에 올 봄 가요계가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조용필이 10년 만에 낸 19집 '헬로'(Hello)에 대한 기대치는 분명 높았지만 그가 대중음악계 태풍의 핵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용필도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데뷔 이래 처음 음원차트 1위를 한 데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같은 반응에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19집은 23일 발매 당일 첫 주문 물량 2만 장이 동났다.

영풍문고 종로점에는 새벽부터 음반을 사기 위한 팬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온라인 음반판매 사이트 예스24에서만 24일 오전 8시 반 기준으로 총 5천100여 장이 판매됐다.

음원 차트에서도 타이틀곡 ' 데 그쳤다면 조용필 현상은 젊은층에 확산됐다는 점에서 세대 통합이란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는 "'세시봉'은 부모 세대의 발견이지 자녀들로 내려가지 못했다"며 "조용필 현상은 어른 세대가 자녀들에게 다가간 것이다.

한국에서 보수를 지향하는 분들이 배워야 하는 모범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는 사회 지도층에 대한 기본적인 불만이 있고 장년과 청년 세대 간에는 갈등이 존재한다"며 "장년 세대에 어필하는 조용필 씨가 아이돌 가수를 비롯해 청년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세대 통합이란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이해하는 '어른'에 대한 갈망이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도 "중장년 팬들의 향수 코드를 넘어 2030 세대가 '놀랍도록 좋다'고 하는 건 전 세대에 어필했다는 점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조용필의 19집을 구매한 세대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예스24의 김혜란 가요 담당 MD는 "조용필의 가장 두터운 팬층이라 할 만한 40대 여성(23.3%)이 음반 판매를 주도했다"며 "그러나 남녀 합계로는 40대 구매율이 39.3%, 30대가 26.5%, 20대가 19.5%를 차지하는 등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분포됐다.

조용필의 음악이 세대 구분없이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호응은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한 행사 에이전시 관계자는 "5월 대학 축제 기간이 되자 조용필 씨를 섭외할 수 있는지 문의해오는 대학들이 있다"며 "이 일을 시작하고 조용필 씨 섭외 문헬로'가 8개 차트 1위에 올랐고, 수록곡 10곡이 일부 차트의 10위권 대부분을 차지했다.

조용필의 기획사인 YPC프로덕션은 24일 "당초 예상을 빗나갔다"며 음반 도소매상의 잇따른 주문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했다.

19집의 음반 재킷을 프린트하는 서울 중구의 한 인쇄소와 CD를 찍어내는 경기도 공장은 추가 물량 제작을 위해 밤샘 가동 중이다.

인쇄소의 한 관계자는 "몇십년 만에 이런 일을 처음 겪는다.

신이 난다"고 전했다.

조용필의 음반 유통사인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도 "대형 음반매장에는 물건이 없다"며 "첫 주문 물량 2만장을 내보내고 추가 주문이 3만장 더 들어와 급히 제작 중이다.

A급 아이돌 가수가 5만장 이상의 음반을 소진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놀랍다"고 설명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지금은 조용필의 음반을 듣지 않고 알지 못하면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용필 발' 문화 현상을 짚어봤다.

◇ '세시봉' 열풍과 달라..'향수 소비' 아닌 '세대 통합' = 음악 전문가들은 문화계에서 소외됐던 중장년 팬층을 확인시켜 준 '세시봉' 열풍 때와는 확연히 다른 메시지를 준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이 이끈 세시봉 열풍은 과거 음악에 대한 향수에 기댄 문화였지 새로운 음악에 대한 소비가 아니었다"며 "조용필 씨는 옛날 노래가 아니라 새 노래를 들고 나왔다.

이 시대의 음악 패턴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세시봉 열풍이 부모 세대 문화를 발견하는의가 온 건 처음이어서 신기하다"고 했다.

유니버설뮤직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1990년대 복고 바람이 분 현상도 30대의 향수는 자극했지만 다른 세대에 는 어필하지 못했다"며 "지금의 호응은 조용필 씨가 다양한 세대를 안았다는 반증이다"고 강조했다.

◇ 아이돌 쏠림 반작용..온라인 환경도 확산에 한몫 = 수년 간 아이돌에 쏠린 편협한 가요계에 대한 반작용이 '레전드' 조용필을 계기로 한꺼번에 표출된 측면도 있다.

이동연 교수는 "아이돌 중심 시장이 한동안 지속되면서 음악의 주소비층인 40대 이상이 들을 콘텐츠가 없었다"며 "1980년대 청년기를 보낸 세대가 아이돌 음악의 식상함에 눌려있었다.

그로 인해 조용필의 새 앨범에 대한 오랜 기대감이 분출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아이돌의 등장으로 한국 가요계에 비트의 시대가 도래했는데 싸이의 '젠틀맨'이 비트 시대의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며 "멜로디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기에 노래 잘하고 멜로디 라인이 좋은 조용필의 음악이 각광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콘텐츠에 대한 호응이 넓고 빠르게 확산된 데는 조용필이 데뷔 이래 처음 경험하는 온라인 마케팅과 SNS를 통한 전파도 한몫 했다.

조용필은 23일 쇼케이스를 네이버에서 생중계하고 데뷔 이래 처음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네이버와 유튜브에 공개했으며 SNS 계정도 운영했다.

또 SNS에서는 아이돌 가수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의 '호평' 글이 이어지며 젊은 세대에 반향을 일으켰다.

심영섭 교수는 "K팝은 이미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화됐다"며 "이런 환경에서 조용필이란 무게감이 실리니 전파가 한층 폭넓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 새로운 동시대 음악..80년대 이후 독보적 존재 = 그러나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 조용필의 음악적인 시도를 빼놓을 수 없다.

조용필은 자신의 틀을 탈피하기 위해 앨범에 자작곡을 한 곡만 싣고 해외 작곡가 등이 만든 9곡을 담았다.

이택광 교수는 "자기 색채를 확실히 가진 싱어송라이터가 해외 작곡가의 곡을 받은 것 자체가 새로움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을 보여준 것"이라며 "자리만 보존하고 있어도 될 가요계 어른이 젊은 노래를 소화했다는 건 용기있는 행보이고 자신감의 반증"이라고 평가했다.

심영섭 교수도 "19집은 젊은 세대가 좋아할 감성과 모던한 느낌이 있다"며 "이런 노래를 케이윌 등 요즘 가수들이 불렀다면 놀라울 일이 아니지만 환갑이 넘은 가수가 불렀다는 점에서 경이롭다.

동시대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저력과 열정에 대한 존경이 합쳐져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여기에 1980년대 이후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조용필의 존재감도 더해졌다.

쇼케이스를 관람한 빅뱅의 태양은 '킹'(King)이라 칭했고, 쇼케이스 무대에 오른 자우림, 국카스텐, 박정현 등의 가수들은 "영광이다"란 말로 존경심을 드러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 씨는 "후배 뮤지션들이 '내가 63세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면 경이롭다고 한다"며 "후배들에게 가장 이상적이고 교과서적인 본보기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위치다"라고 말했다.

이동연 교수도 "10년 만에 앨범을 내는 조용필이란 존재는 팬이 아닌 이들에게도 강한 임팩트가 있다"며 "크게 보면 대중음악 트렌드와 소비의 방향, 관점이 조용필 씨를 계기로 바뀔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한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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