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연극 '맥베드'

고전의 묵직한 주제를 현대 연극 기법으로 표현
맥베스 부부 관능연기 인상적…대형 회전문에 영상 연출 참신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희곡 ‘맥베스’ 1막 1장에 나오는 세 마녀가 함께 퇴장하며 외치는 유명한 대사다.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 극단 작은신화 제작, 이곤 연출의 연극 ‘맥베드’(사진)도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세 남자가 뭔가 심오한 듯하고 알쏭달쏭한 이 문장을 반복해 외치는 것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스코틀랜드의 전쟁 영웅 맥베스는 “왕이 될 것”이라는 세 마녀의 예언을 듣고 권력에 대한 욕망을 싹 틔우고 부인의 부추김에 빠져 사촌 형인 던컨 왕을 죽인다. 왕좌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살인을 저지르는 맥베스는 그가 죽인 망령에 시달리고 내적 고통과 번민을 겪다가 결국 파멸에 이른다.

극은 원전 희곡을 압축해 주요 장면을 삽화식으로 재구성해 보여주지만 주제와 내용은 원작에 충실하다. 대사도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 언어를 그대로 따른다. 연극계가 주목하는 젊은 연극인들이 만드는 만큼 원작을 많이 변형시켰을 것이란 예측은 빗나갔다.

극의 독창성과 새로움은 내용을 담은 형식에 있다.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무대 기법들이 동원된다. 무대 뒤편에 설치된 가로 3.3m, 세로 4.8m 크기의 하얀 색 회전문이 핵심적인 장치다. 회전문을 통한 인물들의 드나듦으로 극이 진행된다. 회전문은 또 시시각각 다양한 영상을 비추는 스크린이 된다. 황량한 벌판으로 극 배경을 이루거나 추상적인 영상으로 주요 인물의 심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무대에서 일어나는 극 장면 중 연출자가 관객에게 강조하고 싶어하는 표정이나 동작을 핸드헬드 카메라로 찍어 확대해 보여주기도 하고,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기도 한다.

연극의 한정된 시공간성을 확장시키고 다양한 연출을 가능하게 하는 영상 기법은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와 어울려 극의 주제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연출은 관객들이 드라마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핸드헬드 카메라를 찍는 스태프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암울한 분위기를 깨는 코믹적 요소를 중간중간에 삽입하는 등 의도적인 ‘거리 두기’를 시도한다.

맥베스 역의 정선철과 부인 역의 장이주가 주고받는 관능적인 몸짓과 각자 표현하는 캐릭터 연기는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인 배우들의 연기는 원작의 깊이를 충분히 표출해 내기에는 다소 미흡한 느낌이다. 정통 고전 비극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고전의 커다란 스케일과 묵직한 주제를 독창적인 영상기법과 현대 연극 어법으로 표현하려는 젊은 연극인들의 열정과 시도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공연은 대학로 예술공간 상상으로 극장을 옮겨 오는 9일까지 진행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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