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의 청매실 농원 홍쌍리 대표는 법정 스님 덕분에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실의에 빠졌을 때 ‘가파른 산비탈에 꽃 천지를 만들어 도시 사람들이 마음의 찌꺼기를 버리고 갈 수 있도록 천국을 만들어 보라’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오늘의 청매실농원을 일궈냈다고 한다.

종교의 벽을 넘어 도인처럼 사는 임의진 목사는 법정 스님의 삶에서 경계 없음을 배웠다고 했다. 어느 해 성탄절 법정 스님은 서울 성북동 길상사 밖에 ‘아기 예수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임 목사는 “법정 스님은 세상에 벽이 아닌 문을 만드는 삶을 사셨다”며 합하고 어울리고 차별 없는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씨앗을 던져준 분이라고 기억한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변택주 지음, 불광출판사)은 법정 스님과의 만남을 희망의 근거로 삼는 열여덟 사람의 이야기다. 이해인 수녀, 혜민 스님, 김선우 시인, 이철수 화백 등 따뜻한 말과 그림으로 우리에게 감동 및 희망과 용기를 선물하는 이들이 법정 스님에게 받은 희망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해인 수녀는 법정 스님이 글과 만남으로 인생의 전환점마다 물꼬를 터 줘서 든든했다고 기억한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이란 내 고유한 빛깔로 세상을 비추는 일”이라고 전해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