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우리 문화재의 이름을 발음나는 대로 영어로 표기하되 외국인이 알기 쉽게 그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를 병기하는 방식의 ‘문화재 명칭 영문표기 기준’을 확정, 내년부터 적용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이 표기 기준은 △국문 고유의 문화재 명칭을 최대한 보존하고 △보통명사는 단어의 뜻을 영어로 옮기는 방식의 의미역을 적용하고 고유명사는 해당 음을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거나 의미역 표기를 병행하며 △문화재 명칭은 생략 없이 그 명칭 전체를 표기하고 △기준이 대립할 때에는 활용성과 범용성이 큰 쪽을 선택하도록 했다.

또 로마자표기법, 부호, 기관명, 인명, 지명, 띄어쓰기, 대소문자 표기 등 7가지 일반원칙과 문화재 유형별로 명칭을 부여하는 18가지 기준(방식)을 정했으며, 문화재 명칭을 구성하는 850여 개의 국문요소에 대한 영문 대역어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건조물과 유적 명소는 자연지명과 유적이름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고 보통명사 의미역(접미어)을 덧붙인다. ‘경복궁’은 ‘경복궁 팰리스(Gyeongbokgung Palace)’, ‘북한산’은 ‘북한산 마운틴(Bukhansan Mountain)’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발음을 구분하는 붙임표(-)나 어파스트러피(’)는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환구단’은 ‘Hwangudan Altar’라고 표기하지, ‘Hwan-gudan Altar’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명은 성과 이름 순서로 띄어 쓰되 이름은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붙일 수도 있도록 했으며, 지명은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고 붙임표(-) 사용도 가능토록 했다. 이제현(Yi Je-hyeon), 구산동(Gusan-dong), 정장리(Jeongjang-ri) 같은 보기가 그것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영문표기 기준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이를 행정규칙으로 제정, 내년 1월 중에 시행하고, 앞으로 문화재를 신규로 지정하거나 등록할 때에는 국문 문화재 명칭과 함께 영문명칭도 관보에 고시토록 할 방침이다.

사용자 편의 차원에서 4000여 개 국가지정(등록) 문화재의 공식 명칭과 약칭을 함께 제시하는 영문표기 용례집을 내년 3월까지 제작, 배포할 계획이다.

문화재 영문표기를 두고 그간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다. 사찰의 중심 건축물로 석가모니 부처를 봉안하는 곳인 ‘대웅전’은 ‘Daeungjeon Hall’(문화재청 홈페이지), ‘Hall of the Great Veneration’(국제교류재단 한국문화재 용어사전), ‘Daeungjeon Hall / Hall of Sakyamuni’(한국관광공사 관광 안내표기 용례집), ‘Main Hall’(한국관광공사 전자지도), ‘Hall of Sakyamuni’(국사편찬위원회 역사용어 시소러스)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