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귀국한 3남 문현진 회장 10일 조문 못해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의 별세 일주일 만에 한동안 잠잠한 듯 보였던 통일교 내부 갈등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최근 통일교 안팎을 시끄럽게 했던 잇단 법정 다툼에 이어 '제2의 왕자의 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 총재는 생전에 부인 한학자(69) 여사와의 사이에서 7남6녀를 낳았다.

이중 장남과 차남, 6남이 먼저 세상을 떠 문현진(43) 통일교세계재단(UCI)그룹 회장 겸 글로벌피스페스티벌(GPF) 재단 의장이 사실상 장남이다.

하지만 문현진 회장이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면서 현재는 4남 문국진(42) 씨가 통일교 재단 이사장 겸 통일그룹 회장을, 7남 문형진(33) 씨가 통일교 세계회장을 맡아 각각 기업과 종교 부문을 물려받은 상태다.

갈등은 장남격인 3남 문현진 UCI회장이 문 총재의 장례식에서 사실상 배제되면서 또다시 불거졌다.

10일 통일교와 GPF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에서 귀국한 문현진 회장은 이날 오전 조문차 '통일교 성지' 경기도 가평을 찾았지만 문 총재의 시신이 안치된 천정궁에 접근하지 못하고 청심평화월드센터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이는 한 여사가 "문현진 회장 내외만 올라오라"고 지시했으나 문 회장 측이 경호원 등 일행 30여 명과 함께 조문하기를 원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궁은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차로 1.5㎞가량 들어간 산속에 자리 잡고 있다.

문 회장 측 관계자는 "최근 법적 소송 등도 있고 안전 문제 때문에 다른 일행과 함께 가겠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혼자 올라오라는 것은 오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내일 다시 조문을 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그룹 안호열 대외협력실장은 "천정궁 참배는 사전에 명단을 제출한 이들만 하고 있다"며 "문현진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이 절차를 지키지 않아서 그런 것이지 일방적으로 문 회장의 조문을 막은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현진 회장 측은 아예 전날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에 별도 분향소를 차리고 오는 11일까지 3일간 조문객을 받기로 했다.

문 회장 가족이 장례식 유족 명단에서 빠진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문 회장을 지지하는 통일교축복가정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소송이 진행되든 전쟁이 진행되든 유족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통일그룹 관계자는 "명단에 임의로 넣을 수 없어서 3남에게 팩스를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며 "처음에 발표된 명단에는 안 들어갔지만 이후 수정된 명단에는 포함했다"고 해명했다.

7남 문형진 회장을 장례위원장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조직과 혈통 중 어떤 것을 우선으로 할지 내부 회의를 거쳐 조직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문형진 회장을 성화위원장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한 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일단 상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대외적으로는 양측 모두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다.

통일교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을 자제하면서도 "문 총재가 생전에 후계자로 7남을 지목하는 등 후계구도가 이미 4남과 7남으로 정해졌다"며 "현진 씨가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3남 측은 "문현진 회장은 현 통일교권에 관심이 없고 아버지의 정신과 업적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후계구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어 "4남과 7남은 문 총재를 신격화해 통일교 안에 가두고 각종 평화운동을 위한 NGO를 축소하고 교권을 강화해 왔다"며 "이는 조직체계에서 문 총재가 창설한 모든 세계평화단체를 통일교 산하로 만들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구심점을 잃은 통일교의 앞날이 한층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기독교통일교대책협의회 이영선 사무총장은 "장례식이 끝나면 각종 소송이 잇따르는 등 통일교가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자녀의 다툼에 실망해 통일교를 떠나는 신도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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