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한 언변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있다. 설득과 협상이 필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술술 말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기에, 이들은 스피치 학원을 다닐 정도로 열성을 다한다. 하지만 정작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소통의 비결은 말이 아닌 비언어적인 요소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국내 최초 글로벌 이미지전략가로 알려진 허은아 박사는 최근 <메라비언 법칙>이라는 책을 통해 유창한 언변보다 더 강력한 소통의 비밀을 밝혀내 주목 받고 있다. 10여 년 동안 무려 2000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분석한 허은아 박사에 의하면, 매력적이고 소통을 잘하는 사람들은 외모와 상관없이 자신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긍정적인 표정과 눈빛, 보디랭귀지를 갖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외모만 훌륭한 사람과 달리 그 매력이 오랫동안 지속되며, 인간관계가 좋고 누구와도 소통을 잘 한다. 허 교수는 이를 ‘메라비언 법칙’이라 설명한다.

‘메라비언 법칙’이란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이 발표한 이론으로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목소리는 38%, 보디랭귀지는 55%의 영향을 미치는 반면, 말하는 내용은 겨우 7%만 작용한다고 한다. 효과적인 소통에 있어 말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93%나 된다는 것이다.

허은아 교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비언어 특징에 따라 8가지 유형으로 나눈 뒤 안철수, 박근혜, 문재인, 유재석, 손석희, 안성기, 김연아, 장윤주 등 국내 대표 인사들을 분석해 각 유형별 매력요소들을 찾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통하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현빈, 안성기와 함께 편안하고 부드러운 사람들의 소통법으로 분류된 안철수 교수는 초창기 시절 ‘북콘서트’나 ‘청춘콘서트’에 나와 대화를 할 때 청중과의 사이에 커다란 책상을 두곤 했었다. 이는 대중 앞에 노출돼 불안한 그가 안정감을 찾기 위해 장벽을 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그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책상 너머로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단점일 수도 있는 장벽 뒤에서 안정감을 찾는 방식을 버리고, 안철수 식 소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그는 색이 없음을 자기 색으로 만든 전형적인 ‘유’ 유형의 사람이다. 스스로 마음이 동하고 상대방 역시 원한다면 조금씩 움직이며 일을 해결하는 것이다. 비록 스스로는 나서길 원치 않았다고 해서, 언제부터인가 그는 소리 소문 없이 한 발 한 반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고 헤어졌을 때를 떠올려보자. 무엇이 생각나는가. 아마도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웃는 표정이었는지 무표정했는지, 얌전하게 앉아 있었는지 몸동작이 컸는지, 말할 때 조곤조곤했는지 목소리가 컸는지 등이 떠오를 것이다. 정작 그가 말한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말보다 행동이나 표정, 목소리 등을 더 잘 기억한다. 물론 우리도 누군가에게 말이 아닌 이미지로 기억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자기 자신만의 소통유형을 파악한 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소통법을 몸에 익혀보자. <메라비언 법칙>은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필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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