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면적 기록 경신 가능성…북반구 이상기후 영향 주목

봄부터 시작된 가뭄과 뒤이어 찾아온 18년 만의 폭염, 그 후폭풍인 녹조와 적조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 범상치 않은 날씨가 몇 달 동안 계속되는 사이 지구 꼭대기 북극에서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빙의 면적이 역대 최소치에 다가가고 있어 둘 사이의 관계가 관심을 끈다.

12일 기상청과 미국 국가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지난 1일 위성으로 관측한 북극의 해빙 면적은 653만㎢로 1979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같은 시기와 비교해 가장 작았다.

이는 지금까지 같은 시기 최소였던 2007년 664만㎢에 비해 남한 면적만큼 작은 것이다.

연중 북극 해빙이 최대로 녹는 때인 다음달에는 역대 최소 기록인 2007년 421만5천㎢보다 더 작아질 가능성도 있다.

북극 해빙은 보통 3월에 최대 크기에 도달했다가 9월 둘째주를 전후해 가장 작아진다.

북극 해빙은 표면 거칠기 값의 변화가 해빙 면적의 변화보다 3∼4주가량 앞서 나타난다.

그래서 이번에 북극 해빙의 면적이 역대 최소치를 기록할지 조만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올해 북극 해빙의 면적이 여느 때보다 주목받는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ㆍ러시아ㆍ일본ㆍ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가뭄과 폭염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상고온 현상은 대기의 원활한 흐름을 막는 기압 배치가 형성된 탓으로 분석된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런 기압 배치의 원인을 북극 해빙이 예전보다 많이 녹는 데서 찾고 있다.

해빙이 녹으면 열을 더 많이 흡수해 기온 상승을 가중시킨다.

'양(+)의 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기온 변화 때문에 한곳에 오래 머무르면서 주변 대기의 흐름을 가로막는 키가 큰 고기압, 일명 '블로킹 하이'가 생겨난다.

키 큰 고기압이 북반구 곳곳에 버티면서 대기의 흐름을 막은 탓에 올 여름 북태평양 고기압이 지겹도록 우리나라를 감싸고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미국도 고기압 세력에 지속적으로 뒤덮여 있어 가뭄과 폭염이 오랫동안 나타나는 것"이라며 "북반구 곳곳에서 흐름을 막는 기압 배치가 이뤄져 특정한 지역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워진 북극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열이 북반구 전체에 퍼지면서 곳곳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온난화 속도가 가장 빠른 북극 등 극지 기상의 변화가 북반구 전체의 이상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김성중 극지기후연구부장은 "시베리아의 눈이 빨리 녹는 바람에 생긴 블로킹의 영향으로 6월 우리나라에 가뭄이 나타났다"며 "폭염이나 한파도 극지기상이 북반구 대기의 큰 순환에 영향을 미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te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