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2'서 파란 일으킨 인디밴드
"2집서 팔딱거리는 음악 들려줄 것"


세간의 떠들썩함과 달리 밴드 국카스텐(하현우·보컬, 전규호·기타, 이정길·드럼, 김기범·베이스)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보였다.

고정 출연하는 방송 스케줄이 생겼을 뿐 평소처럼 작업실에 처박혀 음악 작업을 하니 '온도차'가 있는 듯했다.

인디 밴드로는 처음으로 MBC TV '나는 가수다 2'에 출연 중인 국카스텐은 요즘 가요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첫 방송에서 이장희의 '한잔의 추억'으로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이변의 주인공.
새로운 주파수대 같은 하현우의 시원한 고음과 사운드의 밸런스가 탄탄한 연주는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는 물론 '고음 차력쇼' '소름끼치다 못해 무섭다' '국내에서 놀 그룹이 아니다' 등 호평이 잇따랐다.

최근 한 방송사 대기실에서 만난 국카스텐은 "'나는 가수다'는 지금껏 출연 가수들 덕에 프라이드가 생긴 프로그램"이라며 "화면에 잘 비치지 않던 밴드가 대단한 가수들과 경연해서 1위를 했기 때문에 재미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1위로 호명됐을 때 멤버들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하현우는 "2008년 '헬로 루키'(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발굴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을 때는 1등할 거라는 느낌이 있었지만 '한잔의 추억' 때는 확신이 없었다"며 "하지만 보컬, 연주, 음향까지 실수없이 만족한 무대여서 내심 욕심은 났다"고 웃었다.

잇따라 국카스텐은 브라질 민속악기를 가미해 편곡한 김완선의 '가장무도회', 어쿠스틱 기타와 가야금을 곁드린 멜라니사프카의 '더 새디스트 싱(The Saddest Thing)' 등 색다른 편곡으로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나는 가수다 2'의 출연은 제작진에게는 모험이었고 국카스텐에게는 도전이었다.

출연 소식에 '국카스텐이 누구야?'란 반응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마니아층의 인터넷 댓글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우릴 알 것 같지만 대중의 90% 이상이 우리를 몰라요.

5명 중에 한 명이 '그 이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정도의 반응이죠. 그러니 우리도 제작진도 모험이었어요.

"(전규호)
일부 가수들처럼 음악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의외의 답변이다.

"'헬로 루키' 때도 심사와 합격 및 탈락 과정이 있었듯이 음악하는 사람들은 늘 대중에게 평가받으며 살죠. 오히려 '나는 가수다' 첫 시즌 때 제가 좋아하는 모든 가수가 나왔기에 출연 제안을 받고 기대됐어요. 한 곡을 며칠 만에 편곡하는 게 힘들지만 예상보다 더 재미있어요. 다양한 연주자들과 사운드를 만들면서 편곡 실력도 많이 늘었고요."(하현우)

사실 국카스텐은 인디 음악계에서는 10년 경력의 대표 밴드다.

멤버 하현우, 전규호, 이정길은 2001년 밴드 '뉴 언발란스'로 출발해 2003년 밴드 '더 컴'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했다.

그러나 하현우와 이정길이 입대하면서 팀은 공중분해 됐다.

이후 전역한 둘이 강원도에서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던 전규호를 찾아가 재결성에 뜻을 모으면서 2007년 국카스텐이 탄생했다.

2008년 베이스 김기범의 합류로 지금의 진용을 갖췄다.

국카스텐은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독일 고어.
하현우는 "진중권 씨의 '미학 오디세이'를 읽다가 착안했다"며 "만화경을 들여다보면 컬러풀하고 다양한 이미지들이 보인다.

우리도 모양이 정해져 있지 않은 피카소 작품 같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2009년 1집 '국카스텐-비포 레귤러 앨범(Before Regular Album)'으로 마니아 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받고 1집을 재녹음한 '국카스텐-리레코딩'과 미니음반 '타그트라움(Tagtraume)'을 잇따라 발표하며 재목으로 꼽혔다.

그러나 꽤 화려한 이력에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노출을 통해 '한방'에 인지도를 얻은데 대한 허탈감을 느낄 지도 모른다.

하현우와 이정길은 "허탈감보다 사람들에게 최대한 국카스텐스러운 음악으로 도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편곡 때 최대한 우리만의 '날것'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섞어 독특한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국카스텐은 '나는 가수다 2' 출연 전인 지난해 인디레이블 루비살롱레코드에서 주류 기획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로 이적했다.

예당에 있는 작곡가 하광훈 씨가 이들의 공연에 매료돼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멤버들은 "음악에 집중하고 해외 무대에도 설 수 있도록 서포트 해줄 환경이 필요했다"며 "예당과 계약 당시 우리 음악에 대한 '터치'를 안한다는 조건이 충족됐고 하광훈 씨를 비롯해 직원들이 양재동에 작업실을 마련해주는 등 애써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최근 새 싱글 '몽타주'를 공개한 데 이어 하반기 2집을 발매할 예정이다.

현재 작업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곡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현우가 큰 덩어리로 데모곡을 만들어오면 멤버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다수결을 통해 '민주주의'적으로 사운드를 완성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
하현우는 "살아서 팔딱거려 신경세포에 자극을 주는 음악이 좋다"며 "난 음악을 '풀이 죽은 음악' '흡수 잘 되는 음악' '공기 같은 음악' 등 이미지로 느끼는데 살아 움직이는 음악이 매력적이다.

2집은 전작보다 한층 긴장감이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서머 소닉'에 참여한 뒤 하반기 2집 발매 기념 단독 공연도 계획 중인 이들에게 무대는 어떤 의미일까.

"행사장과 공연장은 느낌이 좀 달라도 우리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매한가지죠. 무대는 우리의 놀이터입니다."(이정길)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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