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지는 사람들 / 셰리 터클 지음 /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560쪽 / 2만3000원
[책마을] 대화 사라진 저녁식사 자리, 카톡ㆍ트위터 알림 소리만…

미국에서 열린 한 남자의 장례식장. 추모객들에게 나눠준 두꺼운 크림색의 프로그램에는 그날 오후 연설할 사람 명단과 추모음악 연주자, 세상을 떠난 그 남자의 한창때 사진들이 나열돼 있었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몇몇 사람은 그 인쇄물의 날개 부분을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휴대폰 가리개로 사용했다.

스마트폰이 인간을 지배해버린 일상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량은 점점 늘어가지만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는 줄어든다. 문자와 이메일은 많이 오고가지만 실제 대화는 점점 서툴러져 간다. 가족 모두 모인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직장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사랑하는 연인이 마주 앉아 있을 때도 사람들은 각자 손 안의 기기에 몰두한다.

《외로워지는 사람들》은 매사추세츠공대에서 30년간 테크놀로지와 삶의 관계를 연구해온 저자의 통찰을 담은 책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네트워크화된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저자는 2000년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 이노베이터로 꼽혔다. 30년 전 컴퓨터 시대가 개막할 당시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모두 컴퓨터의 기술에 몰두할 때, 컴퓨터와 인간의 관계에 주목해온 까닭이다. 저자는 테크놀로지에 열광한 이후 우리의 모습을 정신분석학적, 사회심리학적, 아동심리학적 관점으로 진단했다.

놀이방 아이들이 퍼비, 아이보, 키즈멧 등 사교로봇과 놀면서 로봇의 애정을 얻기 위해 춤추고 노래하고, 로봇이 다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본 저자는 요양원에서도 같은 실험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로봇을 생명체로 여기고 로봇에 의존하는 것을 보며 저자는 “로봇을 친구로 여길 경우 다른 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능력을 잃고, 사람들과의 삶이 부담스러워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10대 학생부터 60대 노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설문한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프로필이나 세컨드라이프의 아바타 꾸미기에 열중하면서 실제와 다른 자신을 ‘연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체성을 형성해야 할 시기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언제나 ‘접속 중’인 커뮤니케이션은 관계 맺기의 규칙을 모두 바꾸어 놓고 우리의 인간관계를 단순화시켰다는 것.

저자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한 의사 전달은 서로의 감정을 축약시킬 뿐 아니라 상대를 ‘처리해야 할 물건’으로 여기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저자와 인터뷰를 나눈 이들은 대부분 이메일을 보낼 때 ‘저 사람을 처리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테크놀로지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테크놀로지를 빚어야 한다”며 “우리는 더 좋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고, 테크놀로지의 운영 방식을 정하는 게 바로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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