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에는 한 쌍의 금강역사상이 있다. 얼굴 생김새나 자세, 옷차림 등이 데칼코마니처럼 좌우 대칭인 것 같다. 자세히 보면 입모양이 살짝 다르다. 본존상 방향에서 오른쪽 역사는 입을 벌리고 있고, 왼쪽 역사는 굳게 다물고 있다.

금강역사상의 입모양은 ‘철통수호’를 의미한다. 입을 벌린 쪽은 ‘아금강’, 다문 쪽은 ‘훔금강’이라고 해서 알파와 오메가처럼 시작과 끝을 아우르고 있음을 상징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빠짐없이 지킨다는 뜻을 읽을 수 있다.

두 권으로 나온 《사찰의 상징세계》는 사찰 세계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사찰을 구경했어도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100개의 질문으로 묶고 답했다. 일주문에서 해우소까지 사찰 전체 구조, 전각, 불화, 문양 등에 얽힌 이야기를 330여장의 사진과 함께 들려준다. 각각에 담긴 교리, 역사, 문화적 연원을 밝혀 드러내고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까지 거쳤던 많은 지역의 풍습과 의례, 불교와 이웃 종교의 교류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설명한다.

오해나 착각으로 인해 엉뚱하게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다. 저자는 에밀레종과 인신공양 전설의 허구를 얘기한다. 먼저 주물과 수분은 상극 관계에 있다며, 종을 완성할 때 수분이 많은 사람을 넣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鍾과 鐘 모두 쓰는 한자의 뜻을 설명하며, “아이처럼 잘 운다는 의미의 鐘자로 인해 아이가 종 속에 들어가 있다는 전설로 변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배흘림기둥은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이 그런 것처럼 착시 효과를 보정해 안정감을 주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배흘림기둥을 세운 것은 멋에 치중한 선진 문화를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배흘림기둥의 시각적인 보정 효과는 파르테논 신전처럼 기둥 사이에 칸막이가 없는 건물에서만 나타난다는 것. 저자는 “일부에서는 과거 사찰 건물이 개방형 구조였을 개연성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기후 조건을 감안하면 무리한 추측”이라고 강조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