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도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요. 이해의 시작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에요.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은 그렇게 말이 아닌 감정을 통해 이뤄지는 것 같아요. 소통도 근본적으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설가 김연수 씨(42·사진)가 일곱 번째 장편 《원더보이》(문학동네)를 펴냈다. 《밤은 노래한다》 이후 4년 만이다.

소설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정훈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렸다. 1984년 열다섯 살 소년 정훈은 과일을 파는 아버지와 트럭을 타고 집으로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아버지를 잃는다.

1주일 만에 깨어난 ‘원더보이’ 정훈에게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아버지는 남파간첩이 탄 차량을 향해 뛰어든 애국지사가 돼 있고, 정훈에게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

특별한 능력 때문에 정훈은 권 대령에 의해 재능개발연구소로 끌려가 취조실에서 조사받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임무를 맡게 된다. 고문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괴로워하던 정훈은 도망쳐 나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원더보이》는 2008년 봄부터 청소년 문예지 ‘풋’에 연재하다 2009년 여름 중단한 뒤 다시 쓴 작품이다.

소설에는 10대 소년의 눈으로 본 1980년대 사회상이 잘 드러난다. 화염병을 잘 던진다는 선재형, 첫사랑이 죽었다는 죄책감에 남장을 하고 다니는 강토형(희선씨), 해직기자 출신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는 재진 아저씨 등 상처를 지니고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정훈은 조금씩 어른이 돼간다.

정훈은 나이가 들면서 초능력을 잃어간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초능력을 잃은 후 시작된다. 초능력이 있을 때도 풀리지 않은 것은 자신을 낳자마자 세상을 뜬 어머니의 존재였다. 한번은 엄마의 얼굴을 봤을 텐데 그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모든 건 너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 원하는 쪽으로 부는 바람을 잡아 타면 되는 거야. 절대로 네 혼자 힘으로 저 봉우리를 넘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혼자서는 어디도 갈 수 없다는 걸 기억해. 너를 움직이게 하는 건 바람이란다. 너는 어떤 바람을 잡아 탈 것인지 선택할 수 있을 뿐이야.”

정훈은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는 엄마의 목소리를 꿈 속에서 듣는다. 그리고 엄마 아빠와 함께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보는 소원을 이룬다. 엄마 아빠 대신 재진 아저씨, 희선씨와 함께.

우주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신선하다. “우주에 이토록 많은 별이 있는데, 지구의 밤이 어두운 것은 지구가 외롭고 고독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