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뛰는 예술戰士들의 '아트 프리즘'
2007년 대영박물관에서 한국의 달항아리를 소개하는 특별전이 열렸다. 한국관에 있던 달항아리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동안 빈 유리관에는 신미경 씨(43)의 비누로 만든 달항아리가 놓였다. 흙으로 만들어진 유물을 비누로 형상화한 그의 작품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유럽 화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씨를 비롯해 아티스트 그룹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박제성, 강임윤, 김민애 씨 등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차세대 ‘블루칩’ 작가 6명의 색다른 조형 언어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갤러리 현대가 새해 첫 기획전으로 서울 강남점에서 펼치고 있는 ‘세상만큼 작은, 나만큼 큰’전이다.

내달 13일까지 이어지는 이 기획전은 과거와 미래, 시간과 공간,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현대미술의 여러 양상을 조명하는 전시회다.

전시 주제는 세계 어디에서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세상’에서 인간의 거대한 관계를 탐구해보자는 것. 전시장은 물론 지하 공간과 천장 등에 작품을 설치해 현대미술의 은유와 상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티스트그룹 김나영&그레고리 마스는 미국 유럽에서 구입한 손가락 크기의 미니어처 플라스틱 피규어(모형 장난감)로 인간 관계를 형상화했다. 대부분의 인물이 쌍을 이루고 있지만 실은 하나의 관계로 엮일 수 없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지하 1층은 김민애 씨의 작업으로 뒤덮였다. 상반기 런던, 뉴욕에서 그룹전을 준비 중인 김씨는 화이트 큐브 공간 두 모서리에 각도를 재는 기구와 같은 구조물과 공중에 떠서 굴러가지 못하는 바퀴를 설치했다. 김씨는 “이런 작업을 통해 자아의 내면, 외부 세계와 접할 때 발생하는 자기 모순과 그로부터 비롯된 당혹감, 가치의 충돌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박제성 씨는 축구 경기에서 공을 없앴을 때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선수들의 몸짓, 미술관과 화랑의 작품을 삭제했을 때 관람객의 반응, 놀이기구의 움직임에 따른 기묘한 공포감을 조형언어로 묘사했다. ‘당연한 것을 뒤집어 낯설게 바라보기’란 주제를 통해 관람객에게 반사적으로 불편함과 공허함, 상실감을 느끼게 한다.

도형태 갤러리 현대 대표는 “이들 작가가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끈 원동력은 여러 나라를 표류하며 특정한 문화, 역사, 지역의 간극을 작품에 독창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02)519-08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