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꼴찌하던 아이 무조건 믿었죠…결국 전교 1등 하던데요"
“어떤 경우에도 아이 입장에서 믿고 또 믿어야 합니다. 부모가 절대적인 믿음을 줄 때 아이들의 가능성은 빛을 발합니다.”

게임 중독에 빠져 꼴찌를 맴돌던 아들을 전교 1등, 대학 4년 장학생으로 키워낸 김민경 씨(52·사진). 그의 자녀 교육 노하우는 “아이는 부모가 믿는 만큼 자란다”였다. 김씨가 펴낸 《괜찮아, 엄마는 널 믿어》(여성신문사, 272쪽, 1만2000원)는 아들 성호를 꼴찌에서 1등으로 키운 10년간의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자기주도 학원을 운영하며 수백 명의 문제아들과 진행한 생생한 코칭 경험담을 통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자녀 교육 방법을 전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컴퓨터 게임에 빠진 성호는 게임은 전교 1등이지만 성적은 꼴등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아들을 믿었다. 게임을 그만 하라고 다그치지도 않았다. 수학 시험 20점을 맞아도 질책보다는 격려로 대했다.

“게임중독에서 어떻게 벗어나게 할까 고민하다 아들과 함께 힙합 춤을 배웠어요. 그림도 함께 배웠죠. 게임 말고도 재미있는 게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는 아들과 하루는 최고급 호텔에서, 하루는 허름한 여인숙에서 지내는 ‘극과 극’ 비교체험을 하고 7~8개국으로 해외여행도 떠났다. 낚시, 등산, 극기훈련 등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했다. 모든 일은 아들과 대화를 통해 결정했다.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꿈도 존중해 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학교에 직접 얘기해 게임할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성호가 자퇴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게임대회에서 연거푸 패하자 다른 애들처럼 학교를 그만두고 게임에 시간을 더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가족회의를 열고 밤새 대화를 했다.

한 달간 프로게이머의 삶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프로게이머 선배들에게 진로상담을 해보자고 합의했다. 한 달 후 “자퇴하지 않을래요. 대신 공부를 해볼래요”라는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프로선수가 되면 돈을 벌어야 하니 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한번 마음을 정하니 성적이 점점 오르더군요. 게임 레벨을 올리듯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된 거죠.” 성호는 고3 때 전교 1등까지 차지했고,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에 4년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김씨는 성적 향상의 비결을 묻자 “왜 공부를 하는지 꿈과 목표가 분명하게 확립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책의 힘도 꼽았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활용한 자기주도 학습을 시켰던 것이 나중에 성적이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학습플래너에 매일 목표를 기록하고 실제 한 것과의 차이를 좁혀간 것도 도움이 됐죠.” 그는 “부모의 욕심과 대리만족 때문에 아이들이 뭘 원하는지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를 바꾸려면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