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정관념 깬 '男다른 두부'…年 매출 810억 대박
무슨 두부 이름이 이럴까. ‘남자다운(오토코마에)두부’라니. 여자들이 갖고 있다는 ‘나쁜남자’에 대한 환상을 노린 것일까. 과연 일본 두부 이름 같다. 그런데 이 두부가 보통 두부가 아니다. 한 모에 300엔, 보통 두부 값의 세 배에 가깝다. 2003년 첫 선을 보인 이 두부는 2006년에 40억엔 매출을 올렸다. 2008년에는 55억엔어치가 팔렸다. 2008년 기준 1800만모가 팔려나갔다는 계산이다. 요즘 환율로 치면 810억원어치다. 일본 비즈니스계가 발칵 뒤집힌 게 당연하다. 올해 한국 라면시장을 강타한 ‘꼬꼬면 돌풍’ 현상과 비슷하다. 2006년 닛케이트렌드지는 ‘일본 최고의 히트상품’에 오토코마에 두부를 올렸다. 오토코마에 두부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오토코마에 두부》는 이 회사 이토 신고 대표(43·伊藤信吾)가 2006년에 직접 펴낸 엉뚱하고도 독특한 성공 스토리다. 오토코마에 두부 제조법, 디자인, 마케팅, 원소스멀티유즈 측면까지 남과 다른 길을 모색하고 도전했던 과정과 사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오토코마에 두부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차별화’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컨셉트의 차별화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에는 한국처럼 수많은 두부가 있다. 맛을 차별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 싼 가격으로 승부한다. 전형적인 레드오션이다. 오토코마에 두부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략을 택했다. ‘사내다운 두부’ ‘씩씩하고 통도 큰 두부’란 엉뚱한 이미지를 덧붙였다. 용기에는 터프하지만 촌스럽게도 ‘남(男)’자를 새겼다. ‘남자다운 두부의 맛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을 자극한 것. 자연히 오토코마에 두부가 화제가 됐다. 두부를 안 먹던 젊은층이 재미삼아 먹어본 뒤 입소문을 퍼뜨렸고, 방송도 ‘재미있는 두부’라며 소개하기 바빴다. 두부 맛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뜨렸다. 두부는 담백해야 한다는 상식을 깼다. 꿀이나 조청을 뿌려 먹는 디저트용 두부, 흰색이 아닌 갈색과 초록색 두부, 복숭아빛 두부 등 이색 두부를 내놓았다. 매장 앞에서 이들 두부를 사려고 기다리는 줄이 갈수록 길어졌다.

저자는 “경쟁하려면 상품을 둘러싼 세계관이 탄탄해야 한다. 이야기가 없으면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 손톱깎이 하나도 어느 기술자가 어떤 원료를 고집해 어느 부분에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