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시ㆍ그림ㆍ글씨가 하나된 경지
[그림이 있는 아침] 시ㆍ그림ㆍ글씨가 하나된 경지
동아시아 전통사회에서 그림은 시,글씨와 함께 삼위일체를 이뤘다. 그림이 시가 되고 시와 서예가 한 몸인 고차원의 경지는 세 영역의 교양을 모두 갖춰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 것 하나 빠져도 높은 격조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청나라 중기에 활동한 이선(1688~1762 이후)의 그림은 시 · 서 · 화 합일이 발산하는 은은한 향기를 흡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상사와 대판 싸우고 벼슬을 버린 대쪽 같은 선비답게 화가의 붓질은 거침이 없다. 야인의 소박한 삶을 상징하는 네 마리의 물고기와 그 아래 꿈틀대는 맛깔스런 글자가 마치 오누이 같다. 그 속에 담긴 시를 통해 우리는 다시 그림에 담긴 진한 속내를 음미한다.

'길고 뾰족한 내 인생도 어느새 노년일세.유유자적한 삶이 산해진미 부럽지 않네.아침저녁으로 거친 음식을 상 위에 올리고 늦은 밤에는 산중에서 쌀겨 죽을 끓여먹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