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아이작슨 "밥 딜런에 빠진 잡스…분노의 눈물 자주 흘려"
"최고경영자(CEO)로서보다 그의 창의성과 열정,완벽주의를 모델로 삼을 만하지요. "

애플의 창업자이자 CEO인 스티브 잡스가 타계하기 전 그와 40여차례의 인터뷰를 가진 사람.잡스와 애증관계에 있던 주변 인물들을 가감 없이 취재해 누구보다 잡스를 다각도로 파고든 주인공.'스티브 잡스'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잡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아이작슨이 전한 뒷얘기들 가운데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 것은 전기에 구체적으로 실리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잡스가 아들 리드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생각이나 계획을 내비치지 않았느냐고 묻자 "미국에선 자식들이 경영권을 승계토록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되받았다. "내 생각에 잡스는 팀 쿡(현 CEO),조너선 아이브(디자인 총괄),필립 실러(마케팅 총괄),스콧 포스톨(아이폰 소프트웨어 총괄) 등으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팀을 꾸려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리드는 스탠퍼드대 2학년생으로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다. 인문학,미학과 정보기술(IT)을 제품에 접목시켜 애플을 성장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잡스는 "앞으론 생물학과 기술을 접목시키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이작슨은 "잡스의 유언장 유무와 상속 문제는 잘 모르겠다"면서 "재산의 기부 여부는 한두 달 후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전기에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삼성과의 관계를 거의 다루지 않은 것은 왜였을까. 아이패드를 다룬 장에서 삼성을 칩 납품업체로 딱 한 번 거론했다. 아이작슨은 "잡스가 삼성을 훌륭한 파트너로서 존경했다"며 "그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시스템에 분노했고,이 시스템을 채택한 HTC와 삼성은 그 사이에 끼였다"고 해석했다.

잡스에 대한 아이작슨의 평가는 그를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과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반열에 올린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잡스가 컴퓨터,MP3플레이어,휴대폰,태블릿 컴퓨터를 새로 발명하진 않았지만 창의와 상상력을 동원한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제품을 통해 관련 산업을 변화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잡스의 천재성도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인문학과 기술을 접목시킨 데 있다"는 것이다.

잡스가 가수 밥 딜런에게 푹 빠졌던 이유에 대해선 "딜런의 반항적이고 변화를 지속하는 기질에 호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이작슨은 "성격이 괴팍한 잡스가 아름다움을 생각할 때나 분노할 때 눈물을 많이 흘리는 것을 봤다"며 "그만큼 감성이 풍부한 인간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