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의 곁에 두고 싶은 책]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써라…정직함 더해지면 '팬' 생긴다
글쟁이 35년.여전히 힘들다. 첫 두 줄 때문에 반나절을 끙끙대고,시간에 쫓겨 어설픈 상태로 끝낸 마지막 문장이 걸려 밤새 잠을 설치는 일도 적지 않다. 목표는 한결같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적확한 글,술술 읽히되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글을 쓰자,멋 부리느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일은 피하자'는 것이다.

다짐하고 애쓰지만 뜻같지 않다. 중복이다 싶어 쳐내다 보면 건조해지고,풀어쓰다 보면 왠지 가볍게 느껴진다.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을까. 좋은 글은 어떤 글인가. 담백한 글에 대한 믿음은 옳은 건가.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원제 On Writing Well)'는 이런 고민과 물음에 대해 명쾌하게 답한다.

기자로 출발,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저자는 미국에서만 100만부 이상 팔린 이 책의 첫 장을 '간소한 글이 좋은 글이다'로 시작한다. 문장이 너무 간소하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무의미한 전문 용어 등을 동원해 난삽하게 쓰는 이들이 많지만 글쓰기의 비결은 가장 분명한 요소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걷어내는 것이란 조언이다. '상당한 양의 강우가 예상된다'가 아니라 '비가 많이 올 것 같다'고 써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 역할도 못하는 단어,짧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긴 단어,동사와 뜻이 같은 부사,누가 뭘 하는 건지 모르게 만드는 수동문.이런 건 모두 문장의 힘을 약하게 하는 불순물일 뿐이다. ' 군더더기를 찾자면 유용하지 않다 싶은 단어나 대목에 괄호를 쳐보면 된다고 이른다. 빼도 의미에 지장이 없으면 지우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진부한 표현과 천박한 속어 또한 금물이라고 말한다. '모든 글은 최상의 언어와 최상의 독자에 대한 경의를 품고 써야 한다. 거칠고 성긴 문체를 쓰고 싶은 충동이 강하다면 자신이 쓴 글을 큰소리로 읽으면서 듣기 좋은지 직접 느껴보라.'

감각 습득 비법으로 제시하는 건 모방과 훈련.관심 있는 분야의 최고가 쓴 것을 소리 내서 읽는 동안 그의 감각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자신의 목소리와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필요없다고 다독인다.

[박성희의 곁에 두고 싶은 책]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써라…정직함 더해지면 '팬' 생긴다
그는 그러나 이 모든 테크닉에 앞서 좋은 글을 만드는 요소는 '자신감과 즐거움,분명한 의도,정직함'이라고 못박는다. 자신을 믿고 위험을 감수하고 남들과 달라지려 애쓰고 스스로를 부단히 연마해야 잘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온 세상에 블로거들이 넘친다. 하지만 글쓰기의 본질은 고쳐쓰기다. 막힘없이 써낸다고 해서 잘 쓰는 건 아니다. 글쓰기를 쉽게 만드는 어떤 기술이 나온다 해도 그 덕에 글이 배로 좋아지진 않는다. 필요한 건 언제나 언어라는 수수하고 오래된 도구와 끊임없는 노력이다. '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