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통가왕국 바바우섬 앞바다. 사진작가 장남원 일행은 드디어 흑등고래와 마주쳤다. 손을 내밀자 흑등고래는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사람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작가의 손은 침착하게 이 경이로운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수중 사진작가 장남원의 작품 앞에 서면 사람들은 조용해진다. 땅위에서 볼 수 없는 물속 생명체들의 모습을 보며 바다 속으로 함께 빠져든다. 장남원 사진의 백미는 '고래'다. 예민한 고래를 위해 작가는 산소통 없이 거친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면 그 마음을 알아챈 고래는 작가의 곁에서 잠시 머물러 준다. 바다와 고래와 사람이 하나 되는 순간이다.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