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벽돌을 쌓아 집을 짓고 도로를 깔고 지붕을 만들고 창문을 만드는 모든 일들은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좀 더 차가운 표현을 쓰자면 인간 행동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

《52 9 12》는 건축에 대한 52가지 생각과 디자인 철학을 설명한 9가지의 글,철학이 실제 반영된 12가지 건축 프로젝트가 담긴 책이다. 홍익대 건축대 교수인 저자는 자극적이고 돈이 되는 디자인을 요구하는 현실 속에서 혼이 담긴 건축을 하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고민했던 흔적과 생각들을 써내려갔다.

'건축에 대한 52가지 생각'을 담은 첫 번째 장에서는 건축과 연극,소주와 포도주,17분 현상 사진과 예술 등 일상에서 보고 느낀 건축에 대한 단상을 얘기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필자가 운영하는 설계사무소 '현준유아키텍트'의 건축 철학과 디자인관을 풀어놓는다. 마지막 장에서는 그의 9가지 건축철학이 스며든 12가지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저자는 예비 건축가들에게 "창문의 크기보다,설계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는 노하우보다,인간과의 관계와 자연의 관계 등 '관계'를 회복시키는 건축을 디자인하라"고 조언한다. 훌륭한 건축가라면 형태나 구조처럼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관계까지 디자인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