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스키 연구자 루터의 《스키의 역사》에는 스키가 한국 북반부와 중앙시베리아에서 세계의 다른 지방으로 전파된 경로를 보여주는 '스키 전파도'가 실려 있다. 동양 스키의 기원이 한반도라는 것이다.

1912년 일본군의 유가와 중위가 함경도 농가에서 발견한 고구려 시대의 스키를 분석한 결과도 4세기 북유럽에서 사용한 스키와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구려 스키는 한쪽 날이 상대적으로 짧아 회전하거나 급정거하는 데 유리하다. 이 스키 유물은 일본 다카다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대관령 스키역사박물관에는 실물 크기의 사진만 전시돼 있다. 한국 스키의 기원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 '겨울냄새'가 개봉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우리나라가 고대의 스키강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겨울냄새'는 스키의 달인으로 불리는 데몬스트레이터들의 삶을 중심으로 고대 한반도의 스키를 소개한다.

이 다큐멘터리를 한국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에서 로케이션 촬영으로 제작한 전화성 감독(35 · 사진)은 "한국의 썰매(스키)가 북유럽과 북미로 전파돼 세계 스키의 원형이 됐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겨울에만 스키를 탈 수 있는 우리나라의 스키 인구가 500만명이란 것을 생각하면 한국인의 유전자에 '스키 DNA'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20여년간 스키를 즐긴 마니아'인 전 감독은 씨엔테크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비비큐치킨과 미스터피자 등 43개 외식업체의 배달 주문 중개 시스템을 개발해 콜센터까지 운영하는 강소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73억원이며 순이익은 연 평균 6~7%선이다. 2001년 KAIST에서 전산학 석사를 취득한 그는 2003년 씨엔테크를 설립해 국내 외식 콜센터 시장점유율 93%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니 평소 말을 아껴야 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표현 창구가 필요했습니다. 원래 영화를 좋아한 터라 카메라를 사서 주말과 휴가 중에 촬영했죠.제 삶의 98%는 사업,2%는 영화에 매진하는 게 원칙입니다. "

'겨울냄새'는 청년실업을 다룬 극영화 '스물아홉살'에 이어 그가 두 번째로 만든 작품이다. 4대의 디지털카메라를 보유한 덕분에 장비와 인건비를 제외한 순제작비는 200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디지털카메라가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절감시켰어요. 개인적인 작업이 가능해지면서 영화의 다양성도 넓어졌지요. 세 번째 작품으로는 스릴러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