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와 CRM' 펴낸 김영걸 교수

100일간 매일 질문 날려
정용진 부회장 등 팔로어
고객은 판매대상 아닌 파트너
[저자 인터뷰] "트위터로 진행한 KAIST 강의…뛰어난 답변, 리트위트 많이 했죠"

이 책,참 독특하다. 서술방식이 파격적이다. 짤막한 질문에 답문이 여럿 딸린 구성이다. 휴대폰 화면의 '트위터 멘션들'을 보는 것 같다. 《소크라테스와 CRM》(쌤앤파커스,270쪽,1만4000원)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인 김영걸 KAIST 교수(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장 · 51)도 "트위터 형식"이라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트위터 강의록'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6월5일부터 9월15일까지 트위터로 강의했다. 주제는 '고객관계관리(CRM).'자신을 팔로잉하는 트위터러를 대상으로 한 무료 강의다.

100일 동안 매일 한 개씩 100개의 질문을 날렸다. 팔로어들이 좋은 답변을 올리면 칭찬을 하고 리트위트(공유)했다. 그걸 종이책으로 엮었다. 답문을 모두 갈무리하면 500페이지 분량도 넘는 것을 핵심만 간추렸다.

"원래 종이책으로 낼 생각은 아니었어요. e북으로 냈죠.그런데 제 강의를 들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e북을 구매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자비로 비매품 100부를 찍어 나눠드렸지요. 책이 필요하다며 주문이 수십 부씩 들어오더라고요. 종이책을 찍을 수밖에 없었어요. "

[저자 인터뷰] "트위터로 진행한 KAIST 강의…뛰어난 답변, 리트위트 많이 했죠"

그의 트위터 강의에 대한 아이디어는 트위터의 세계에 입문한 지난해 2월 싹이 텄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했다. 빌 게이츠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외수 작가 같은 유명 인사들을 팔로했다. 곧 시들해졌다. 거의 모든 멘션이 비슷한 유형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글귀나 신변잡기 같은 거 말이다.

"남들과 똑같은 트위터 말고,교수란 직업을 살린 새로운 시도를 해볼 게 없을까 생각했죠.그러다 떠오른 게 '트위터로 강의를 해보면 어떨까'였어요. 트위터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KAIST 강의를 한다면 '세계 최초의 트위터 대학강의'가 되지 않겠어요. 140자의 제약조차 색다른 형식이 될 수 있겠다 싶었죠.KAIST 브랜드 제고 효과도 얻을 수 있고요. "

트위터 강의란 게 아무래도 허술하지 않을까. 숭숭 뚫린 책의 편집 상태처럼 말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런 편견이 싹 사라진다. 팔로어로 강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이 뜨르르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박세진 오라클 CRM솔루션 담당 상무,한상철 매일유업 CRM부문장,이귀석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CRM팀장,신성기 LG전자 CRM담당 과장,임미숙 KT IT기획팀 부장,한우석 이마트 고객기획팀장,우승현 NHN 네이버 뮤직서비스 부장,강철구 CJ오쇼핑 고객인사이트 팀장 등 CRM 고수들이다.

질문과 답변의 수준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질문에는 김 교수의 10년 강의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고객의 정의에서부터,핵심고객 창출,고객정보의 전략적 활용,고객 획득,고객 유지,고객 강화,사례 연구,고객경험관리,실행 전략 순으로 질문을 설계했다.

특히 현장관리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실전문제 해결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그가 한 학기 동안 하는 강의의 핵심이 담겨 있다. 창립 10년 만인 2009년 아마존에 1억달러에 인수돼 화제를 모은 온라인 신발판매회사 '자포스'등 기업 사례도 풍부하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충성고객과 장기 유지고객(단골) 간의 관계는?''우리 공연장의 티켓 판매 대행회사가 자체 공연장을 짓는다면 우리의 대응 전략은?''포스코나 현대모비스 같은 B2B 기업의 CRM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B2C 기업의 CRM과 어떤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는가? 고객 획득 및 유지 활동 관점에서 비교 분석해보시오….'

팔로어들의 답변 또한 빈틈없어 참고할 만하다. "장기고객은 '기간'만 중요한,즉 행동만 있는 고객인 반면 충성고객은 '구매동기'와 '목적'이 형성된 고객이 아닐까 합니다. 때문에 충성고객이 장기고객일 가능성은 높으나,장기고객을 충성고객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심리학 석사과정에 있는 조경진 씨의 충성고객과 장기고객 간의 관계에 대한 이 답변은 최고의 찬사를 들었다. 해외 마케팅 교수들도 헷갈리는 이슈에 대한 정답을 내놨다는 것이다.

인터파크의 한남동 공연장 건립과 관련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반성합니다…에구,어떡하나 오늘도 생선을 막 주고 있으니.ㅜㅜ"란 답문은 직면한 문제에 대한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김 교수는 "CRM은 물건을 팔려고 하는 타깃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과의 릴레이션십'"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을 판매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부부처럼 오랜 기간 서로 돕는 파트너로 생각하는 게 우선이란 얘기다. "우리 기업은 고객DB와 DB수집채널,분석툴 등 테크니컬한 인프라는 최고예요. 하지만 고객 중심 철학 관점에서는 밑바닥 수준이지요. 단기간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 중심으로 가야합니다. 길게 보면 그게 경쟁력이고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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