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달군 K팝…글로벌·유튜브·맞춤 전략으로 '대박'
아이돌그룹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10~11일(현지시간) 파리 공연은 K팝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춤을 혼합한 한국 아이돌그룹의 댄스팝은 음악을 시각으로 소비하는 이 시대 최고의 영상콘텐츠로 떠올랐다. K팝의 글로벌화를 이끈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겸 프로듀서의 비전과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글로벌 네트워크로'윈윈'

유럽 달군 K팝…글로벌·유튜브·맞춤 전략으로 '대박'
SM은 11일 파리에서 유럽 작곡가 70여명을 모아 콘퍼런스를 가졌다.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매년 2~3차례 해외에서 여는 행사다. SM과 협업하는 해외 음악가는 300여명.대부분이 유럽 출신이다. 보아의 '허리케인 비너스'와 소녀시대의 일본 데뷔곡 '소원을 말해봐'도 유럽 작곡팀이 만들었다.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SM 소속 가수들의 노래를 관통하는 강렬한 테크노사운드와 쿵쿵거리는 하우스비트는 유럽팝의 특징이다. 이수만 회장은 "프랑스인들이 우리 공연에 열광하는 것도 그들의 감성에 맞는 음악을 유럽 작곡가와 협업해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M 음악은 주로 유럽 작곡가의 곡과 미국 안무가의 춤,한국 프로듀싱을 결합해 만들었다.

해외에서 만든 안무도 최종 프로듀싱 단계에서 수정해 완성한다. SM의 한 프로듀서는 "전문가들이 세계 각국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해 고쳐가며 월드와이드 콘텐츠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일찌감치 보아를 일본에서 현지인처럼 훈련시켜 일본 음악시장의 정상에 올려놨다. 그는 중국이 세계 최대 음악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현지 기업과 협력해 아티스트를 길러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한류 3단계' 발전론을 제시했다. 한류 문화상품을 수출하는 1단계,현지 회사 또는 연예인과의 합작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2단계,현지 회사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현지 사람에게 한국의 문화기술(CT)을 전수하는 3단계를 거쳐 한류 현지화를 이루고 그 부가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made in'(원산지)이 아닌 'made by'(제조가)가 중요해졌다"며 "중국에서 월드스타가 나온다면 그는 SM의 CT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시대엔 K팝이 최고

SM은 이번 공연이 끝난 직후 하이라이트 영상을 유튜브 에스엠타운 (www.youtube.com/smtown)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페이스북 에스엠타운(www.facebook.com/smtown)에도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등 아티스트들의 입출국 장면,파리에서의 다양한 모습과 리허설 장면 등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예상대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오며 접속자가 쇄도하고 있다.

이처럼 SM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공식 채널을 만들어 소속 가수들의 소식과 노래를 동영상으로 소개한다.

SM 소속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를 통해 지난해 6억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올 1월부터 4월까지 조회 수만 4억건에 이른다. 올 연말까지는 작년보다 두 배 많은 12억건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영민 SM 대표는 "CD 시대에는 800만장 정도 팔려야 세계적인 가수로 여겨졌으나 지금의 디지털 시장에서는 한 곡으로 1억 다운로드도 가능한 세상"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을 통해 세계 70여개국에서 신곡을 동시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씨는 "워크맨시대에는 가사와 멜로디가 위주인 J팝이 떴지만 음악을 비주얼로 즐기는 유튜브 시대에는 K팝이 대세"라고 분석했다. .

◆철저한 트레이닝 시스템

유럽에는 춤추며 노래하는 아이돌그룹이 없다. 무대 장악력과 퍼포먼스 등 한국 가수들의 실력은 독보적이다. 비결은 고품질 상품을 만들어내는 트레이닝시스템.

SM은 가수로 데뷔하기까지 각 과정을 분업화해 가르친다. 아티스트 개발팀은 안무,보컬,연기,언어 등 네 가지를 중심으로 교습한다. 획일화된 교육보다는 '맨투맨' 형식으로 맞춤형 트레이닝을 지향한다.

수업은 분야별로 세분화돼 있다. 재즈댄스 힙합 비보잉 등 다양한 장르를 교육하고,보컬에서도 팝과 랩 솔 재즈 등의 감성을 불어넣는 방법을 가르친다. 외국어도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교습을 주간별로 진행한다. SM 측은 이들에게 연간 교육비로 10억~20억원을 투입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