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의궤 167권을 포함,일본 궁내청에 소장된 일제 약탈 한국도서 1205권이 이르면 내달 말 고국 땅을 밟는다.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는 27일 일본 정부가 제출한 한 · 일도서협정 비준안을 다수 찬성으로 가결해 28일 열릴 중의원 본회의로 넘겼다. 중의원 본회의에서 한 · 일도서협정이 가결되면 비준절차가 사실상 종료된다. 내달 13일 열릴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해야 일본 국회의 비준이 끝나지만 조약은 중의원 가결 우선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참의원에서 반대해도 협정은 발효된다.

이와 관련,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의 이상근 조계종 중앙신도회 사무총장은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외무상이 5월15일 방한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5월20일 일본을 방문하는데 (도서 반환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외교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 대통령이 귀국하면서 상징적으로 조선왕실의궤 중 한 부 정도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늦어도 6월 안에 외교적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문화재 환수 운동의 가치와 성과를 공유하면서 일본 내 다른 문화재 반환 운동의 시작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환이 결정된 도서는 1906년부터 초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반출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이토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 사항을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책들을 궁내청으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토가 반출한 책은 반환도서의 80%에 이른다.

반환도서 중에는 조선왕실의궤가 포함돼 있다. 의궤는 각종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으로,조선왕조 600년 기록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국가나 왕실에서 거행한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낱낱이 기록해 후세 사람들이 참고하도록 한 것이다.

'무신사적(戊申事績 · 1책)'과 '을사정난기(乙巳定難記 · 1책)''갑오군정실기(甲午軍政實記 · 10책)' 등 6종 28책은 국내에 없는 유일본이다. '영남인물고(嶺南人物考 · 7책)''여사제강(麗史提綱 · 14책)''동문고략(同文考略 · 35책)' 등 7종 180책은 국내에 있는 도서와 판본이 다르거나 국내에 일부만 있어 이번에 유일본으로서 전질을 갖출 수 있게 됐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지난해 8월10일 한 · 일 강제병합 100년 담화에서 "일본의 통치 기간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를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가까운 시일에 인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 일 양국 정부는 그해 11월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가 열린 요코하마에서 한 · 일도서협정을 맺었고,일본 정부는 1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비준을 추진했으나 무산되자 이번 정기국회로 넘겼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